[뉴스토마토 이경주기자] 홈플러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지 1년이 지난 이승한 회장의 영향력이 현 사장인 도성환 대표를 넘어서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홈플러스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역삼동 본사 20층에서 창립 15주년 비공식행사를 열었다. 이는 도성환 사장이 지난해 5월 15일 공식 취임하고 정확히 1주년을 맞아 마련된 가장 큰 내부 행사다.
하지만 행사는 현 대표이사인 도 사장이 아닌, 떠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중심으로 진행되며, 일종의 '상왕', '옥상옥'의 존재를 여실이 보여줬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좌),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사진제공=홈플러스)
이날 행사에 참석한 30여명의 임원과 200여명의 팀장급 직원들 앞에서 도성환 사장은 3분여의 짧은 인사말과 표창장수여 정도의 역할만 했다.
대다수의 시간은 이승한 회장에게 할애됐다. 이 회장은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40여분동안 강연을 펼쳤다. 현직 CEO인 도 사장에게 할애된 시간 3분에 비해 13배 이상 긴 시간 동안 직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킨 것이다.
도 사장은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어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멀티채널 유통환경에서 고객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홈플러스의 비전을 달성해 나가기 위해 오늘 이 회장을 모시고 조언을 듣는 특별 강연을 마련했다"고 말하며 짧게 인사하고 이 회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어 단상에 오른 이 회장은 홈플러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전략에 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 회장은 "IMF금융위기로 (홈플러스를 운영하던)
삼성물산(000830)이 지분 대부분을 테스코에 넘기며 퇴출의 과정을 밟는 등 홈플러스는 1999년 암담한 어둠속에서 출발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하지만 2001년 온라인 사업, 2004년 익스프레스 사업, 2007년 베어커리사업 등을 시작하고 2008년에는 홈에버 인수, 2011년 편의점사업을 시작하며 불과 10여년 만에 10조규모의 매출을 달성하며 업계 12위에서 2위로 껑충 뛰는 위업을 달성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특히 이 회장은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온라인이 결합하는 거대한 멀티채널의 경로를 확보해 전체 시장을 선점해야한다" 며 미래전략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와 역사,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해 전 경영자로써 판단하고 분석할 수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현 도 사장이 앞에서 미래 역할까지 주문한 것은 과한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회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임직원들에게 도 사장에 대한 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사장이 누구냐'고 물었고 좌중의 반응이 조용하자 '크게 하세요'라고 말하며 사장이 누구인지 재차 종용했다.
이 회장은 이어 "도 사장과 여러분이 서로 믿으면 홈플러스 최고의 날이 다가올 것"이라고 말하며 마무리 했다.
한편, 이 회장은 1999년 홈플러스 창립후 14년간 CEO로 회사를 이끌다 지난해 도 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현재 홈플러스 회장 겸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 아카데미 회장 겸 석좌교수, 테스코그룹 경영자문 역할 등을 수행하고 있다.
도 사장은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 1995년 유통부문을 거쳐 홈플러스 1호 점포인 대구점 점장, 2008년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초대 대표, 2011년 테스코 말레이시아 대표 등을 역임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홈플러스 사장으로 선임됐다.
15일 홈플러스 본사 20층에서 열린 '홈플러스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과 도성환 사장이 단상에 올라 임직원들과 함께 '홈플러스' 구호복창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이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