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문구유통 강화에 영세 유통업자들 '울상'

입력 : 2014-05-16 오후 4:40:05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문구제조업 1위인 모나미(005360)가 실적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통사업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소상공인을 비롯한 문구유통 종사자들은 가뜩이나 좁아진 시장에 모나미가 자본을 앞세워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3년 모나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모나미스테이션' 가맹점 추가 오픈 외에 올해부터 상품공급점 개념의 유통을 확대한다. 
 
모나미스테이션은 지난 2007년 대전 둔산점을 시작으로 16일 현재까지 총 36개점이 영업 중이며, 상품공급점은 9개가 운영되고 있다.
 
상품공급점은 유통업체가 직접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것이 아닌 상인이 스스로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는 형태다. 모나미 물건을 30% 정도만 받으면 모나미스테이션 간판 없이도 프랜차이즈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다른 소매점보다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모나미 관계자는 "모나미스테이션이 중대형 매장이라 점주 모집이 여의치 않았고, 알파 등 기존 업체들에 밀려 문구 유통이 양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며 "소매점을 대상으로 유통망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자체 유통망으로 제조 마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모나미의 사업 확장이 순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문구유통에 종사하는 소상공인과 도매상들이다. 
 
한 종사자는 "나라장터(G2B)·학교장터(S2B),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등으로 판로가 축소됐고, 여기에 대기업·중견기업까지 유통 확장에 가세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문구 유통상인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정부와 교육기관이 G2B, S2B 등을 통해 전자입찰로 문구류를 구매하면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유통업체와 소상공인들은 유통시장 일부를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4조원 규모의 문구 유통 시장 가운데 지난 2000년 3조원 규모였던 도·소매 문구 유통업 종사자들의 점유율은 2~3년 전부터 1조원으로 급감했다. 
 
이에 도·소매 문구 유통업자들은 모나미 등 제조업체가 유통을 강화하면서 1조원 규모의 시장을 두고 점유율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규형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전무는 "문구유통을 하는 업체 중 흑자인 곳이 거의 없다"며 "경쟁을 위해 물건을 싸게 팔다 보니 매출은 많아도 이익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실제 문구유통 1위 알파의 실적을 보면 지난 2010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은 7억원 미만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은 1095억원, 영업이익은 5억7000만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은 0.53%에 그쳤다. 이는 1000원어치 제품을 판매할 경우 5원가량 수익을 낸다는 의미다.
 
알파 관계자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진 자체가 줄어들었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화방 등 전문 제품들로 다각화하면서 인력 비용이 많이 투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문구유통 종사자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문구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구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다고 갑자기 장사가 잘 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막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규형 전무는 "중기 적합업종의 지정도 좋겠지만, 획일적인 규제를 만들기 전에 대기업·중견기업과 문구유통 도·소매상인들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서로의 할당량을 암묵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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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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