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선균 "내가 끌고간 '끝까지 간다' 목표는 460만"

입력 : 2014-05-16 오전 7:47:23
◇이선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9일 영화 '끝까지 간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이선균 소속사 관계자와 마주쳤다. "(영화) 어때요?"라고 묻길래 "솔직히 좋았다"고 말했다. 리얼리티를 강조한 액션이나, 사건으로 조이고 유머로 풀어내는 구성,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한 속도감, 나무랄데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 모두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영화를 보고 관계자들이 물었을 때 립서비스보다는 솔직하게 평을 하는 편인데 실제로 이 영화는 호평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선균은요?"라고 또 물어왔다. 잠시 생각했다. "'화차'나 '내 아내의 모든 것' 같은 흥행작에서도 이선균은 상대 배우들에 비해 묻히는 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파닥파닥 튄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에 이 관계자는 "이젠 좀 그래야지. 흥부야. 언제까지 남만 퍼줄거야"라고 더 솔직하게 답했다.
 
지나치게 솔직한 이 발언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기자는 웃었지만 이선균 입장에서는 사실 그리 웃을수만 있는 말은 아니었다.
 
이선균은 MBC '하얀거탑'을 통해 이름을 알려, '커피 프린스'와 '파스타'를 통해 입지를 더 올렸다. 주역이 돼서 작품을 살렸다.
 
하지만 영화판에서 이선균은 주로 남을 받쳤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러다보니 김민희나 임수정, 류승룡처럼 튀는 캐릭터들이 더욱 돋보였다. 소속사도 이선균도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에서는 전면에 나서서 영화를 이끈다. 다소 부패한 경찰 고건수로 속도감 있는 이 영화를 쥐락펴락한다. 활어같은 생생함을 전달한 이선균을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소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시사회가 끝나고 호평이 연일 쏟아지자 한숨을 돌렸다는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가 흥행 면에서 자신의 대표작이 되길 기대하고 있었다.
 
◇이선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기존에 없었던 시체안치실 장면..꼭 하고 싶었다"
 
이선균이 만들어낸 고건수는 좀 독특하다. 유흥업으로부터 뒷돈을 건네받고, 교통사고 후 시체를 유기하거나, 망가진 차의 앞 범퍼를 일부로 경찰차에 들이받고 세금으로 범퍼를 간다. 1시간 뒤 등장하는 박창민(조진웅 분)이 절대악인데, 이선균 역시 악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런데 밉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쁘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태풍처럼 몰아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악을 쓰는 건수가 애처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나쁜 사람임이 분명한데도 정을 주고 싶은 캐릭터를 탄생한데는 이선균의 치열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건수가 처한 상황이 말도 안 되게 짜증나고 연속되는데, 이 때의 감정 분배를 고민했다"고 말한 이선균은 "짜증에 대한 정도도 고심이 깊었고, 죄의식 깊이도 적정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왜냐면 내가 소리도 지르고 짜증을 막 부리는데, 그걸 보는 관객들이 짜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랬다. 2시간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고건수는 수 없이 많은 짜증을 낸다. 욱하는 성질의 형사라 매번 짜증을 부린다. 하지만 관객이 짜증나지는 않는다. 이는 긴장과 이완의 분배가 적절했고, 그 사이사이 진실된 행동이 유발하는 유머가 주효했다.
 
이선균은 "개연성을 유발하는 지점과 리얼리티, 긴장과 이완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진짜처럼 보이면서 지치지 않고 유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선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앞서 말했듯 조진웅은 한 시간 이후에 나온다. 그 때부터는 이선균과 조진웅의 대결구도로 만들어진다면 앞선 한 시간은 이선균의 독무대다. 오롯이 이선균을 통해서 영화가 흘러간다. 그 앞선 한 시간에서 가장 주목되는 장면은 장례식장 시체안치실에서 시체를 모친의 관으로 유기하는 장면이다.
 
모친의 장례식날 난 사고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 장면. 시체를 어머니의 관에 함께 넣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선균. 관객의 심장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이선균은 이를 "기존 한국영화에서는 없었던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장면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조진웅의 합류 전에 있는 이 장면은 정말 독특한 신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선균은 "이 장면이 줄어들지 않았으면 했다. 정말 재밌으면서도 중요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선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유행처럼 번진 멀티캐스팅..내가 미쳤지"
 
이선균을 만나면 꼭 말해주고 싶었다. "중심을 잡는 연기를 잘한다"고. 그러면서 그 때문에 돋보이지 않아 서운하지는 않았냐고. 실제 그렇게 물어봤다.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기분이 좋을만한 질문은 아니어서 조심스러웠다.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하던 이선균은 이 질문에는 잠시 시간을 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선균은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분량으로 이끌고 간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이렇게 많은 분량은 처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앞선 작품에서 수정씨나 승룡씨가 더 돋보인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 내 역할이었고, 내 몫이었고, 캐릭터가 그들이 더 보이는 역할이었을 뿐이었다. 작품이 잘나오는게 먼저지 내가 돋보이는 건 그 다음이다"고 말했다.
 
기자의 눈을 바라보며 꺼넨 이 말에는 진심이 묻어있었다. 확실히 타율이 좋은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까. 모든 작품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5할 이상의 승률이다. 현재까지 주변 반응만 살펴보면 '끝까지 간다'도 장타 아니면 홈런이다.
 
하지만 촬영 중에는 부담이 컸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고 간다는데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진웅이가 처음부터 나왔으면 책임이 좀 줄었을텐데, 내가 너무 많이 나와서. 게다가 우리 영화에는 인물이 많이 나오지 않잖아요. 언제부턴가 충무로에 멀티캐스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참 내가 미쳤지. 이런 위험부담을 지고 가다니."
 
이 말을 마치고 그리고 껄껄 웃었다. 그런 뒤 이선균은 "과정은 좋았지만, 부담이 정말 컸다. '결과가 안 좋으면 나 때문 아닐까'라는 걱정도 컸다. 반면에 공부도 됐고,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도 됐다"고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에서 주역이 된 적이 적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이번이 거의 처음에 가깝다. 아무래도 이선균이 독주를 하는 가운데 조진웅이 끼어드는 구성이니까. 욕심이 다를 것 같았다.
 
"어느정도 관객이 들면 마음에 있던 짐이 좀 내려놔질 것 같냐"고 물었다. "바라는 관객수가 있냐"고 재차 물었다.
 
호탕한 성격의 이선균이라 대답도 시원시원했다. "460만이 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관객수가 460만인데 이를 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내가 중심이 된 영화니까, 나의 최고 흥행작을 뛰어넘고 싶다. 영화가 잘 나왔고, 다들 좋다고 하니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욕심을 좀 줄여서 말하면 300만은 넘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들에게 시청률이나 관객수를 물어보는 건 예상외로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 전작이 흥행에 실패한 경우 더 말하기 곤란해한다. 일부 배우들은 "흥행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표현으로 애둘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선균은 달랐다. 자세한 수치라 할 수 있는 460만을 던졌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던지지 못했을 수치다.
 
차분한 내과의부터 "내 부엌에 여자는 없다"고 외친 마초 셰프, 아내에게 남자를 붙이는 지질남까지 이선균의 가면은 매번 달라져왔다. 이번에는 절대악과 싸우는 나쁜 경찰로 관객 앞에 나선다. 새롭게 쓴 고건수라는 가면을 통해 아마 많은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영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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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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