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해운사들의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적자 기조다. 양사 모두 지난해 말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유동성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운임 인상에 실패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반면 벌크선 비중이 높은 팬오션은 지난 2011년 반기 이후 약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9개월 만이다.
해운업황 개선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유럽 경기 회복으로 물동량은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하반기 글로벌 1~3위 해운사인 머스크, MSC, CMA가 공동운항에 나서면서 물동량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진해운은 15일 1분기 매출액 2조1541억원, 영업손실 622억원, 당기순손실 224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7.2% 적자 폭을 줄였다.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유지했다.
컨테이너 부문은 수송량이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지만 운임단가가 2.0% 하락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1조9250억원을 기록했다. 벌크 부문에서는 운임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5.8% 상승한 반면 수송량은 8.1% 감소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1718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손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후선 매각에 따른 처분손실이 1573억원 반영되면서 전분기 2474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상선은 매출액 2조760억원, 영업손실 617억원, 당기순손실 82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7%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유지했다.
현대상선은 업황 침체로 인한 운임 인상 실패로 적자를 이어갔지만 노선 합리화와 비용 절감 방안 시행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통해 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현대상선은 1분기 컨테이너 부문에서 1조1624억1700만원, 벌크선 부문에서 3953억6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컨테이너 부문은 이른 중국 춘절 영향으로 인해 물동량 및 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약세를 보이고 춘절 전 선사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임인상 효과가 미미했다.
벌크선 부문은 중국의 철광석 및 석탄 수요 지속, 곡물 수요 조기 집행에 따라 안정적인 시황을 보인 가운데, 지난해 2월 한국전력 자회사와 체결한 8000억원 규모의 유연탄 장기화물계약으로 꾸준한 수익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해운업황 부진으로 해운사들의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지난 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팬오션은 매출액 3499억원, 영업이익 497억원, 당기순이익 3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67.0%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흑자 전환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액은 30.4% 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원가절감 및 자산 매각 등의 자구책 시행과 회사 신뢰도 회복을 위한 내실 경영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기존 대형 화주와의 장기계약 유지를 기반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한국전력 등을 포함한 국내외 대형 화주들과의 점진적인 영업 재개 및 확대를 통해 꾸준히 실적을 개선한 전략이 주효했다.
또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했던 컨테이너 사업 부문이 영업 흑자를 달성한 점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지난해부터 화물 및 용대선 성약(계약체결)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운항선박 또한 130여척으로 증가해 회생절차 신청 이후 거의 중단됐던 영업 활동이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한편 해운업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올해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중심으로 수급 불균형이 일부 완화되지만, 물동량보다 선박 증가세가 더 높아 이에 따른 운임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머스크, MSC, CMA가 P3 네트워크가 공동운항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P3 네트워크는 아시아-유럽, 대서양, 태평양 등 세계 3대 권역에 250여척에 이르는 대규모 선박을 투입해 공동으로 컨테이너 선박을 운영할 예정이다. 총 선복량(적재능력)은 260만TEU 규모로, 이는 세계 전체 해양물동량의 15.3%에 해당된다.
특히 세계 해운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유럽 노선의 경우 P3 네트워크가 46%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게 돼 국내 선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