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환율 풍랑을 만난 패션업계에서도 긴장이 감지되고 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0원 하락한 102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1080원선에서 움직이던 것과 비교하면 급락한 수준이다.
정부의 방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이 추세적으로 진행되면서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수브랜드의 경우, 최근 해외 수입브랜드 비중이 높아지면서 환율 하락이 오히려 반갑다는 입장이다. 원가율이 낮아지면서 마진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10% 하락할 시, 영업이익이 2~3%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업계 추산을 감안하면 현재 환율대에서 상당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완제품 수입업체 뿐만 아니라 수입 소재 비중이 높은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혜를 보고 있다. 몇 몇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내년 가을·겨울시즌 제품에 사용하기 위한 발주 원단량을 당초 예정보다 크게 늘려 주문해 놓은 상태다.
국내 소재를 사용하던 일부 업체들도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소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을 정도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은 비상이다. 매출의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하락과 함께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 업체들 사이에서는 수익성 급감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체들은 환율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하락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제품가격 상승을 통해서라도 환차손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환율 하락이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사실"이라며 "이렇게 되면 업체들로서는 환차손으로 인한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대외 수출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기존 바이어로부터 주문량이 줄어들까봐 다들 노심초사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