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남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직후부터 일선학교에서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에 대한 색출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20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경기도권 몇개 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각급 학교별로 학교장들이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사들을 면담하고 본인여부 확인과 함께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전교조 등 전국의 교사 1만5853명은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한 바 있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중학교의 한 교사는 "오늘 아침 교장이 불러 시국선언 교사들의 명단과 공문을 보여주며 본인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고 참여가 사실이면 감봉 이상의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서만 모두 12명의 교사가 이런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수백명의 아이들을 잃은 참사와 관련해 대책마련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교사로서 너무도 당연한 의무였다"며 "대통령까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다음날 곧바로 징계 운운하며 죄인 취급을 해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학교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색출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43명의 교사 외에도 정부가 15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1만5천여명의 교사들에게도 똑같이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에 대해 "스승의 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색출작업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추가 징계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시국선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당파적 행위가 아닌만큼, 세월호 관련 징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43명에 대한 조치 협조 이외에 추가로 공문을 내려보낸 사실이 없다"며 "일선 학교에서 이전에 내려보낸 공문의 취지를 확대해석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것에 대해 '위법한 교사선언 관련자에 대한 조치사항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 "교사 선언에 참여한 교원을 확인하고 징계처분, 형사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참교육 사수 전국교사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노란 리본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