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대로 못묻어" 슬픈 스승의 날, 교사들 행동 나서

전국 1만5853명 선생님 '교사선언'..교육부 징계 착수 논란

입력 : 2014-05-15 오후 4:15:1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떠나보낸 전국의 선생님들은 스승의 날을 맞은 15일 "아이들을 이대로 가슴에 묻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가 지난 1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을 펼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교사 43명에 대한 징계에 착수한 상황이지만 정부에 대한 사태 해결 요구는 계속 분출되는 분위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만5853명 교사 명의로 이날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교사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 4월 16일을 지워버리고 싶다. 수백의 어린 영혼과 함께 대한민국이 침몰한 날, 국민의 억장이 무너지고 학교가 내려앉은 이 날을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의심스러우면 되물어야 한다고,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부당한 지시에는 복종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하다. 점수를 올리려면 의심하지 말고 정답만 외우라고 몰아세우고,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다는 핑계로 정답만 생각하라고 윽박질러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판단해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못해서 사진 속 아이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라고 거듭 사죄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취임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했다. 그런데 피가 마르고 숨이 막히는 지난 한 달 동안 이 선서를 지키기 위해 진정 얼마나 노력했냐"고 물었다. 
 
"고귀한 생명을 하나라도 건질 수 있었던 사고 초기단계, 그 금쪽같은 시간에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혼선과 무능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생명을 구하려는 최소한의 책임마저 방기했다"며 정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선생님들은 또한 "대통령은 자신의 책무 불이행을 뼈저리게 고백하고 이제라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뼈를 깎는 책임 규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혁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 함께 하겠다.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세월호 침몰 이후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교육계에서까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박근혜 정부를 향한 책임론이 심상치 않은 형국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스승의 날 발표된 선생님들의 선언이 위법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 각 시도교육청에 위법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선생님들의 박 대통령 퇴진 글이 올라온 날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발송한 공문을 보면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 '공무원 복무관리 철저'를 당부하고 있다. 
 
여기서 교육부는 "각급기관(학교)장은 반드시 소속 공무원에게 교육을 실시하여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한 근무기강을 확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교육 종사자로서의 본분 유지-공무원의 품위손상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 금지"를 요구했다. 
 
또 "선거 관련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공직자의 각종 선거 개입행위 금지"라고 적어 6.4 지방선거까지 신경썼다. 
 
교육부는 사고 발생 달일인 지난 4월 16일에도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관련 복무 유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하여 주시기 바라며, 복무 등 점검시 공직기강 확립에 위반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단속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의 세월호 참사에 따른 애도하는 마음들을 교사라는 신분을 빌미로 통제하려는 모양새다. 
 
현재 22명의 실종자 가운데 단원고 교사는 4명이다. 14명의 선생님 가운데 3명만 구조됐고, 11명은 학생들을 구하려다 참변을 당했다. 구조된 교감선생님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교사선언이 이뤄진 이날 단원고 학생 희생자 유족들은 안산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아 6명의 교사 영정에 카네이션을 전하고 교사 유족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경기 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이 교사 유족들에게 스승의 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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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