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씨스타의 멤버들이 영리한 개별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활발한 개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멤버 개인의 얼굴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팀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하지만 무작정 뛰어든다고 해서 성공적인 개별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걸그룹 씨스타의 활약이 돋보인다. 씨스타의 영리한 개별 활동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씨스타19의 효린(왼쪽)과 보라.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멤버 맞춤형 개별 활동..데뷔 초부터 캐릭터 잡아
아이돌 그룹의 개별 활동은 특정 멤버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러 명의 멤버 중에 '될성부른 떡잎'을 찍어 팀을 대표하는 얼굴로 성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 가요 관계자는 “멤버 한 명을 확실히 띄우면 팀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된다"며 "다른 멤버들이 특정 멤버에게 가려지거나 팀원들간의 질투가 있을 수도 있지만, 걸그룹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씨스타는 네 명의 멤버 모두가 활발한 개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데뷔 초기부터 각 멤버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팀의 리드 보컬인 효린은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면서 '노래 잘하는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를 쌓았고, 지난해 11월 그런 특성을 잘 살린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효린은 랩퍼 보라와 함께 유닛 그룹인 씨스타19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네 명의 멤버 중 가장 연장자인 두 사람이 나서서 섹시한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대를 꾸몄다.
소유의 경우엔 남자 뮤지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매드클라운과 함께 발표한 ‘착해빠졌어’, 정기고와 부른 ‘썸’이 잇따라 히트에 성공했다. 팀의 리드 보컬은 아니지만, 듀엣에는 가장 적합할 수 있는 소유의 보컬 특성을 잘 살린 전략이었다.
다솜은 연기 쪽으로 개별 활동의 가닥을 잡았다. 지난 2012년 전파를 탔던 KBS ‘패밀리’를 통해 첫 연기 도전에 나섰던 다솜은 현재 KBS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를 통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보라는 SBS 월화극 '닥터 이방인'에 출연 중이다.
◇씨스타의 소유는 정기고와 함께 '썸'을 발표해 인기몰이를 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다양한 활동으로 전연령대 공략..아이돌로서의 약점 극복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는 스타에겐 ‘국민’이란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국민 여동생'이나 '국민 가수', '국민 그룹'과 같은 식이다. 전연령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연예계에서 그만큼 높게 평가되는 일이다.
씨스타의 개별 활동이 눈에 띄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연령대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
섹시한 매력을 어필한 씨스타19와 감성적인 듀엣곡을 부른 소유는 10대 뿐만 아니라 20~30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소유는 언더 그라운드 출신인 매드클라운, 정기고와의 호흡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힙합신의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보라는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주시청층인 30~40대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으며, 다솜은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사랑은 노래를 타고'를 통해 40~50대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아이돌 그룹의 팬층은 10대에 치우치는 것이 보통이다. 씨스타의 경우엔 다양한 개별 활동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이런 약점을 극복해가고 있는 셈이다. 이 역시 영리한 활동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개별 활동은 데뷔 5년차를 맞은 씨스타가 큰 위기 없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씨스타는 데뷔 후 'Loving U', 'Give it to me' 등의 노래를 연속 히트했다. 데뷔 이후 이처럼 큰 부침 없이 5년차를 맞는 아이돌 그룹은 많지 않다.
◇KBS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활약 중인 다솜. (사진=KBS)
◇'걸그룹 서열'로 본 씨스타의 위치는?
지난 2012년 네티즌들 사이에 ‘걸그룹 서열’이 처음으로 화제가 됐다. 활동 중인 걸그룹들을 인기와 명성 등에 따라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전국구’, ‘사교계’, ‘마니아층’, ‘인기 마지노선’ 등으로 나눴다. 당시 씨스타는 중위권인 '사교계'와 ‘마니아층’ 사이에 위치했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 이 서열이 완전히 뒤바뀐 상황.
씨스타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국구' 걸그룹으로 뛰어올랐다. ‘넘사벽’의 소녀시대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2NE1의 위치까지 위협했다. 행사와 광고 시장에서의 달라진 위상이 이것을 말해준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씨스타의 몸값은 수직 상승했다. 씨스타를 소녀시대, 2NE1과 함께 '넘사벽'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걸그룹 서열'은 언제든지 또 다시 뒤바뀔 수 있다. 씨스타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신곡 ‘Something'의 히트를 통해 '전국구'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 걸스데이가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팬들이 재미삼아 보는 ‘걸그룹 서열’에 가요 기획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것이 대중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척도이고, 대중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느냐에 따라 행사나 광고계에서의 몸값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 그렇다면 '걸그룹 서열'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개별 활동도 중요하지만 걸그룹의 절대적인 위치를 결정짓는 건 결국 그 그룹의 앨범 활동”이라며 “가요계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기 위해선 앨범의 반복적인 성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씨스타에게 추격을 당하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2NE1이 좋은 예다. 2NE1은 지난 2월 발표된 정규 2집 앨범의 히트와 함께 '넘사벽'의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활발한 개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씨스타 역시 발표를 앞둔 새 앨범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팀의 향후 1~2년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