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국 조선업계는 LNG선, 중국 조선업계는 벌크선을 주로 수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조선소들은 고부가 선종에 집중한 반면 중국 조선소들은 일반 범용 선박을 대량으로 수주하는 전략을 지속하면서 생긴 결과다. 이에 따라 신규 수주량은 중국이 부동의 1위지만, 수주 금액 면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
23일 KB투자증권에서 내놓은 '글로벌 조선업 현황 및 한중 조선소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 4월 말까지 CGT기준 한국은 LNG선과 화학제품운반선을, 중국은 벌크선을 주로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LNG선(14.9%), 화학제품운반선(14.9%)의 수주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 올해 들어서는 컨테이너선(22.9%)과 LPG선(21.6%) 등 고부가 선종의 신규 수주 비중 역시 증가하면서 대형 컨테이너선과 가스선(LPG선) 등도 주력선종으로 추가됐다.
반면 중국은 벌크선의 집중도가 한층 심화됐다. 2012년 34.7%에서 올 4월 말 61.4%까지 벌크선 비중이 높아졌다. 척수 기준으로도 중국의 벌크선 비중은 2012년 29.9%에서 올 4월 말 58.6%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기술 장벽이 낮은 벌크선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수주에 나선 결과다.
반면 LPG선은 2.8%에서 0.3%로 감소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LPG선 비중이 13.2%에서 29.3%로 급증한 데 따른 상대적 충격으로 보인다.
LNG선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셰일가스 개발 붐과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본격화 등으로 올해 발주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표적 선종이다.
특히 2012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이 전 세계에서 발주되는 LNG선의 90% 이상을 독점 수주하고 있는데, 이중 한국이 2012년과 2013년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선사들이 발주한 물량을 빼면 비중은 80% 이상으로 상승한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의 LNG선 수주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이중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건조된 중국선박으로 중국화물을 수출한다'는 국수국조 정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중국의 주력 선종 차이는 유럽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의 선종에서도 확인된다.
유럽은 예로부터 해운업이 발달해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해왔다. 특히 다른 지역 선주들에 비해 선박 기술력과 납기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대형 조선소가 유럽 선주로부터 수주 받은 선박의 비중은 2012~2014년 4월 말 누적기준 전체의 48.4%에 달한다. 석유운반선(22.9%, 114척), 컨테이너선(20.1%, 100척), LPG선(16.1%, 80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주로 수주했다.
같은 기간 중국 대형 조선소가 유럽 선주로부터 수주 받은 선박 비중은 2012~2014년 4월 말 누적기준 41.1%를 기록했다. 주요 선종은 벌크선(55.3%, 374척)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컨테이너선(9.0%, 61척)이 뒤를 이었다.
중국이 지난해 유럽 선주로부터 수주 받은 5척의 LNG선 상세 내역을 보면 에틸렌운반선 4척, LNG벙커링 1척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2~2014년 한국이 수주 받은 57척은 모두 LNG선이었으며, 특히 지난해 수주 받은 28척의 평균 크기는 8만3666CGT로, 중국이 수주한 5척의 평균 대비 3배 이상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운반선은 가스를 비등점 이하의 온도로 낮춰 액화상태로 운송하는 선박이다. 에틸렌의 비등점은 영하 104도, 메탄가스(LNG 90%)는 영하 162도로 일반적으로 에틸렌운반선보다 LNG선이 극저온 상태를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더 강한 냉각장치와 특수 방열공사가 필요하다. 결국 기술력의 차이가 주력 선종을 결정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은 최근 수년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해양설비와 일부 고부가 선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상선은 국내 조선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납기에 대한 신뢰 때문에 아직 국제시장에서 한국 조선업만큼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