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홈쇼핑 줄이기 안간힘..갑의 횡포 때문

입력 : 2014-05-23 오후 4:16:59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생활가전업계가 홈쇼핑을 통한 유통망 채널 줄이기에 나섰다. 유통망을 정비하고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적 차원으로 풀이된다.
 
홈쇼핑은 방송 전파를 통해 직접 안방을 찾아가는 까닭에 홍보 및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지만 수수료가 비싸 수익성을 해치는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갑'의 횡포가 적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656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2년에 각각 776억원과 30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18%, 20% 가량 줄어든 수치다. 판매채널의 70%를 차지하던 홈쇼핑 비중을 50%까지 낮춘 것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홈쇼핑의 수수료가 비싼 측면이 있었고, 자체적으로 유통망을 재정비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홈쇼핑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전국의 50여개 대리점을 기반으로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렌탈사업을 중심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경희생활과학 측은 한경희생활과학 자회사인 한경희뷰티와 해외법인까지 합치면 지난해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전년보다 올라 수익성은 향상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외형은 줄었지만 내실을 챙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침구청소기로 유명한 부강샘스는 아예 지난해부터 홈쇼핑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자체 온라인 쇼핑몰 판매에 집중하면서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있다. 최근 신제품을 내놓고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것은 일종의 사전점검 과정이다.  
 
회사 측은 "레이캅코리아로 바뀌면서 모든 유통망을 재점검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부강샘스는 지난 4월 별도의 유통·판매법인인 레이캅코리아를 설립했다. 부강샘스에서 제품기획·제조, 유통과 판매까지 전담했던 것과 달리 별도 법인을 세워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업체들은 '자체 유통망 재정비' 측면에서 홈쇼핑을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홈쇼핑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제고된 만큼 자체 힘만으로 유통채널을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자의적 결정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홈쇼핑을 접거나 줄여가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TV홈쇼핑 상품군별 평균 판매수수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생활가전업체 A사 관계자는 "사실 홈쇼핑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면서 "홈쇼핑에서 중소업체들에게 (그들의)수익을 보장하는 '정액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요구가 수용이 안돼 홈쇼핑을 접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봐왔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홈쇼핑에 항상 잘 보여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갑'의 위치에서 납품업체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홈쇼핑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생활가전업계는 주요 고객층인 주부들의 시청률이 높은 홈쇼핑 채널의 위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면서 "홈쇼핑이 이미 갑인 상황에서 개별 업체는 '유통 채널 비율을 줄이고 늘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TV홈쇼핑 전체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34.4%로 나타났다. 평균 판매 수수료율 수준은 GS(37.9%), CJ오쇼핑(36.7%), 현대홈쇼핑(36.6%), 롯데홈쇼핑(35.2%), 홈앤쇼핑(31.5%), 농수산홈쇼핑(28.6%) 순이었다. 특
 
특히 중소기업 채널을 표방한 홈앤쇼핑도 30%대의 높은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착한 쇼핑'이라는 이미지는 접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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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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