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50대 이상 고령가구의 소비 하락이 전체 소비 하락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급속한 고령화 속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은퇴 이후의 노후대비를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대수명의 증가를 고려해 은퇴시기를 늦추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마련 등 구조적인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일 발간한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경제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지속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민간소비가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소비성향은 감소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고령화는 평균소비성향을 증가시킨다.
(자료=KDI)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0여 년간 전 연련층에서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가구주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두드러진다. 특히 60대와 70대의 경우 지난 10년간 평균소비성향이 각각 8%포인트, 1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40대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자녀 교육비에 과도한 지출이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이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을 줄이는 셈이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전체 평균소비성향 하락에는 고령층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평균소비성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기대수명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근로가능 기간은 늘지 않는 데에 기인했다.
오지윤 KDI 연구위원은 "전 연령층에서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현상은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은퇴 이후의 생활유지에 대한 불안이 전 연령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위원은 "특히 30~40대의 교육비 지출이 과다한 점과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 세대가 고령층이 되는 시기에는 민간소비가 더욱 제약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KDI는 소비활성화 대책이 단기적인 수요 진작의 관점보다는 구조적인 대책에 조첨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규호 연구위원은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소득증대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현재의 소비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은 고령화된 이후의 소비생활을 더욱 궁핍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서 "기대수명의 증가를 고려해 은퇴시기를 늦추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위원은 이어 "교육 및 채용 시스템도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비효율적인 과잉교육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하고, 가계 역시 자녀에 대한 투자와 노후대비저축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