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국정조사 특위 가동 전 증인채택에 사전합의해달라는 계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특위 가동 후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행태에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선 '다시 청와대로 가야한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
여야는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의 면담을 진행한 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제안에 따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정조사 특위 간사 간 '2+2' 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협상장을 떠났다. 그는 협상장을 떠나 청와대 측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사실상 파행으로 이어지던 와중에,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유가족들이 모여있던 대회의실을 찾았다. 이 소식을 듣고 김영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조 특위 야당 측 간사인 김현미 의원이 부랴부랴 대회의실로 돌아왔다.
이완구 비대위원장은 마이크를 들고 직접 피해자 가족들 설득에 나섰다. 그가 제시한 안은 심재철 특위 위원장의 교체였다.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새누리당 의원들 중 위원장을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이 심재철 의원에 대한 우려를 밝혔지만, 이는 피해자 가족들의 공통된 요구사항이 아니었다.
가족들의 이같은 반박이 계속되자, 이 위원장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가족들이 국조 계획서에 증인채택을 명시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하자 "국회는 여러분들 입장에서 절충하고, 서로 합의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꾸 이렇게 나오시면 정말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부르고 어느 기관을 조사할지는 특위를 하면서 결정해야 한다"며 '특위 개최 후 증인채택'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국회라는 곳이 법과 관행이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처리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장의 주장에 일부 유가족들은 "법과 관행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구체적인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즉각적인 국조 특위 가동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증인 등에 대한 강제 조사 방법 강구 ▲계획서 채택과 무관한 조사대상·자료 공개 범위에 대한 사전합의 ▲국조 특위 개시 후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 목소리 청취가 그것이다.
이 비대위원장은 즉각 "다 받아들인다, 뭐가 문제가 있나. 지금 그래서 여야 간 국조 특위를 만든다는 것 아닌가"라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수용 의사를 부인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News1
이 비대위원장은 재차 즉각적인 여야 간사 합의를 통한 특위 가동을 주문하며, "특위가 만들어져야 얘기가 된다. 그곳에서 증인을 정하면 된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입장 고수에 피해자 가족들은 "그만하라"·"마이크 뺏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야당 측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이 비대위원장의 말이 끝난 후, 마이크를 잡고 새누리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여야 4인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재원은 협상 중에 나간 후, 조금 직전에 들어왔다"며 "사실상 (협상을) 아무것도 안 했다"고 폭로했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도 "협상에 임했으면 협상을 해야 하는데, 협상에는 전혀 응하지 않고, 여러분을 직접 설득하려 한다. 제가 이 비대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니 납득이 전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절대적으로 계획서에는 특위 가동과 조사 증인에 대한 사전협의가 명시돼야 한다. 그 부분은 여야 협의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심재철 위원장 교체 여부는 본말이 바뀐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를 잡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새정치연합 탓을 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왜 전제조건을 내건 후, 그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특위 회의를 열지 않으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즉시 국조 특위를 열도록 해달라. 제가 계속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증인 채택을 여기서 합의하자는데 그것이 안 되나"고 따져물었다. 김 수석부대표는 "국조 특위에서 논의하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과거 방식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말대로) 그렇게 하다보니까 증인채택으로 날을 지새우고, 제대로 특위가 운영되지 않았다"며 "가족들도 증인 등을 계획서에 넣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가족 대책위는 "지금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누구누구가 증인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국회를 열어 관련된 사람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를 하란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협상을 위해 대회의장 밖으로 나온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피해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지만,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장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협상장 문을 나서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들 중에는 새누리당이 가족들의 요구를 받지 않을 경우 당장 청와대로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상황이다. 가족들이 새누리당에게 자신들의 명확한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