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지명수배 중인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73·전 세모그룹 회장)과 장남 대균(44)씨의 도주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유 회장 일가에 대한 비판 발언을 세 차례나 이어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의 주요 피의자인 유병언 일가의 도피행각은 우리나라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법질서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조속히 검거돼야 한다"면서 "유병언 일가의 재산은 물론 은닉 재산을 모두 확보해야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와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도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인 유병언 일가가 국민 앞에 반성하고 진상을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우롱하며 국민의 공분을 자처하고 있다"며 유 회장 일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런 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정부의 실책을 감추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유병언' 이라는 개인에 돌리면서 '정부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유 회장 검거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검찰이 너무 유병언 추적에만 몰두해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사회가 한 개인에게 잘못을 몰아가는 것 같다.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박 대통령의 주문을 인식이라도 한 듯 평소보다 더 강경한 어조로 유 회장 일가에 대한 날을 세웠다.
2일 수사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는 "유병언은 범죄 혐의와 행적 등에 비춰보면 탐욕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법질서와 사회 윤리를 완전히 유린하는 파렴치범 수준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구원파 측도 연일 '표적수사'라고 비난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원파의 각계각층 인사가 유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적인 방해공작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정동섭 목사 등의 말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방송과 뉴스를 취합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경고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동섭 교수는 1960년대에 유 회장의 통역 및 수행비서 등 구원파 핵심멤버로 활동하다가 탈퇴한 인물로 구원파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왔다.
지난달 26일 금수원 기자회견에서는 "그런 현수막(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을 들고 집회하지 말라. 국민 여론에 안좋다"고 말하는 검거팀 검사의 통화녹취를 공개하는가 하면 28일에는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못 잡는게 아니라 안잡는 것 아니냐' 또는 '세월호 사고로 떨어진 지지율을 유병언 체포로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 구원파, 그리고 여론의 압박을 동시에 받는 검찰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날 "세월호 참사에 주된 원인을 제공한 유병언과 그 아들 유대균 등을 아직까지 사법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들의 염려가 크고 질책을 잘 알고 있다"며 "수사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검사와 수사관 14명을 추가로 충원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해 유 회장 등을 끝까지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