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제습기 시장 '1위'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제조사 간 신경전도 고조됐다. 무엇보다 '1위'라는 타이틀이 시장 수요를 이끄는 밴드웨건 효과를 안겨주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자리싸움이 됐다.
기술 장벽이 높지 않은 제습기 시장에서 수많은 군소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LG전자(066570)의 행보가 눈에 띈다. 최근 자료에서 '유로모니터 소매 제습기 판매 기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고 밝히면서 기존 주자들의 신경을 긁었다. 이는 LG전자의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주장을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선두권 업체들은 대기업의 횡포 또는 도발로 인식하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인용된 조사가 출하량 중심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 주목하며, 조사기관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조사 자체가 업계 내에서 공신력이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대체로 "가전분야에서 잘 이용하지 않는 데이터라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업계가 말하는 제습기 선두주자는 단연
위닉스(044340)다. 대기업의 공격적 마케팅 공세와 견제에 대해 위닉스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싸움을 하기에는 여러 모로 부담이 많다.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제습기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면서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LG전자 제공)
유로모니터는 판매처가 아닌 제조사의 출하량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들은 출하량 중심 조사는 출처 간 데이터가 겹칠 수 있어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GFK 기준 국내시장 1위를 점유한 위닉스는 "지난해 국내 데이터와 비교해 봤을 때도 (LG전자의) 세계 판매 1위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국내 1위가 안 되는 업체가 어떻게 세계 판매 1위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왜곡된 정보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라는 점을 하필 지금 시점에서 밝히는 점도 의아하지만, 이러한 논란 자체가 시장 경쟁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리서치 기관의 조사결과는 조사를 의뢰한 고객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는 GFK의 신뢰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LG전자는 일단 유로모니터가 영국의 유명 시장조사 기관으로 신뢰할 만한 글로벌 가전 관련 시장 조사를 진행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계약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출하량 기준 조사라는 점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글로벌 휴대폰 업계도 제조사 출하량 기준으로 판매수치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출하량 중심 조사 자체는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유통량 판매 데이타는 현실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위닉스는 지난해 GFK 기준 50% 가량의 점유율로 국내시장 1위를 수성했다. LG전자가 20% 후반대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에 힘입어 위닉스는 지난해 2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무려 393% 수익성이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578억원, 당기순이익은 150억원으로 각각 34%, 180%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