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사진=LPGA 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올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6월 US오픈 우승 이후 11개월 만으로, LPGA 투어 통산 10승째다.
박인비는 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천33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총 상금 150만 달러) 4라운드 최종일 경기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무려 10개를 쓸어담아 10언더파 61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를 쓴 박인비는 크리스티 커(미국·20언더파 264타)를 3타 차로 제치고 올시즌 L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지난해 이 대회의 우승을 차지한 박희영(27·하나금융그룹)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인 우승 주인공이 된 박인비의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한화 약 2억3000만원)다.
59주째 세계랭킹 1위를 지키다가 지난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빼앗겼던 박 선수는 이번 우승으로 정상을 탈환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모처럼 찾아온 우승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세계 1위 복귀의 발판을 놨다. 시즌 상금 순위에서도 74만510달러를 기록하면서 4위가 됐다.
◇박인비, 54홀 연속 노 보기(No Boggy)
2라운드부터 아무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이어온 박인비는 54홀 연속 노 보기(No Boggy) 플레이를 펼치며 역전 우승의 드라마를 썼다. 1라운드의 4번홀에서 범한 보기가 이번 대회의 유일 보기였고, 특히 최종일 10버디의 내용을 보면 전·후반 라운드 각각 5타씩을 줄이는 등의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3라운드까지 펑산산(중국)에게 2타가 뒤진 2위에 올랐던 그는 마지막 날에 전·후반 각각 버디만 5개를 잡아내, 무려 10타를 줄이는 완벽 플레이로 역전극을 이끌었다.
박인비는 2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일궈낸 후 4, 5번홀과 8, 9번홀에서 두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전반에만 5타를 줄였다. 우승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순간이다.
상승세를 탄 박인비는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가량에 떨어뜨리고 버디를 더한 데 이어, 12~14번홀 연속 버디를 잘 사냥해 3타를 빠르게 더 줄였다. 박인비는 사실상 14번홀에 승기를 잡았다. 특히 12번홀(파3)은 홀인원이 나올 뻔할 정도의 완벽한 티샷으로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홀인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박인비는 10언더파 61타를 적어내며 고대한 시즌 첫 우승 기쁨을 맛봤다.
◇한국계 선수들, '톱10'에 6명 이름 올려
이날 박인비가 작성한 10언더파 61타는 지난해 3라운드에서 박희영이 기록한 코스레코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최종 스코어는 지난해 박희영이 남긴 26언더파 258타에 3타 뒤졌다.
한국(계)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비롯해 '톱10'에만 무려 6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리며 포효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는 벨젠 모조(스페인)와 함께 공동 4위(16언더파 268타), 미셸 위(25·나이키 골프·한국명 위성미)는 세계랭킹 1위인 루이스와 함께 공동 6위(15언더파 269타)에 올랐다.
최운정(24·볼빅)은 14언더파 270타로 수잔 페데르센(노르웨이)과 함께 공동 8위에 자리했고, 디펜딩 챔피언 박희영은 유소연, 카롤라인 매슨(독일),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페인) 등과 함께 공동 10위(13언더파 271타)에 머무르며 대회를 종결했다. 최나연은 14위(12언더파 272타)에 기록됐다.
한편 크리스티 커는 2위(20언더파 264타)로 대회를 마쳤고,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던 펑산산(25·중국)은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적어내며 단독 3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최종일 부진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