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휴게음식점, 편의점, 산후조리원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던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이 앞으로는 외국인 환자 유치, 숙박업, 여행업 등으로 확대된다. 또 의약품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 숙박업 등 부대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자법인의 설립 길도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법인의 줄기찬 요구를 수용, 각종 부대사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입법예고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외국인 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 활성화, 환자·종사자 편의 증진, 의료기술 활용 분야 등을 중점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건복지부는 설명했다.
우선 외국인 환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행업, 국제회의업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수영장업, 체력단련장업, 종합체육시설업, 목욕장업을 신설한다.
숙박업과 서점은 시·도지사 공고로 규제하던 부대사업에서 공고 없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행정절차 간소화라는 또긍정적 평가와 함께 무리한 규제 완화라는 부정적 시선도 뒤따른다. 또 환자의 신체 특성별로 맞춤형 제작이 필요한 장애인 보장구(의수·의족, 전동휠체어 등)의 제조·개조·수리를 신설했다.
이밖에도 의료법인이 직접 운영할 수는 없지만, 환자·종사자의 생활편의를 위한 생활용품 판매업과 식품 판매업 등 부대사업을 제3자가 건물을 임차해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환자와 의료인의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의료기기 구매지원은 이번 부대사업 확대에서 제외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43개 상급종합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병상 수가 병실 규모와 관계없이 전체 병상의 5%로 제한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총 병상 수의 5%를 유지하면서 외국인 환자가 입원한 1인실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내 환자의 선호도가 높지 않으면서 외국인 환자의 이용률이 높은 1인실을 제외한 것으로, 복지부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병상 수가 현행 5%에서 평균적으로 약 11.2%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오는 22일까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복지부는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오는 11일부터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자법인의 사업 범위는 의료법령에서 규정한 부대사업 중 외부자본 조달과 전문경영이 필요한 분야에 한해 우선 허용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의료법상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로부터 의료법인 정관변경 허가를 받아 자법인을 세울 수 있다.
의료법인이 자법인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기 위해 자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등의 30%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다 출자자이어야 하며, 목적사업인 의료업 수행에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법인 출자비율은 의료법인의 순자산의 30%로 제한된다.
또한 자법인 설립이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의료법인과 자법인 간 부당 내부거래는 허용되지 않으며, 자법인 채무에 대한 보증이 금지되는 등 회계와 지배관계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가이드라인 위반 시 시·도지사, 복지부 장관의 시정명령 또는 설립허가 취소 등 의료법상 행정적 제재를 받게 되며, 세법상 환수 등 경제적 제재도 따른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양한 부대사업으로 의료법인의 재정 여력이 생기면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의원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통해 여행업, 숙박업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의료법인은 의료업에 전념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규제해 경영여건이 약화되고, 연관 산업의 발전 기회를 제약해 왔다"며 "의료법인에도 자법인 설립을 허용해 자본조달과 전문경영이 필요한 분야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수익사업 수행방식에서 타 비영리 법인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