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창업주 故 박인천 회장 추모식 '따로따로'

입력 : 2014-06-13 오후 4:59:17
◇지난해 9월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클라크 박 여사의 장례식장. (왼쪽부터)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양지윤 기자)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의 추모식을 따로 개최한다. 지난 2006년부터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앙금이 여전한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오는 15일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 회장 기일에 앞서 13일 광주 운암동 죽호학원 선영을 찾아 추모식을 가졌다. 이에 따라 올해 30주기를 맞이한 추모식은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각각 따로 진행하게 됐다.
 
박인천 회장은 금호그룹의 창업주로, 지난 1984년 타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삼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사남으로, 바로 위아래 형제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던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조6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시발점.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인수 금액이 주가 대비 197%에 달할 정도로 과도해 금호그룹의 부실을 촉발시키면서 양측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된다. 지난 2011년 금호석유화학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에서 제외해 줄 것을 신청하는 등 독자 행보를 예고하며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양측은 2010년 이후 부친의 추모식을 따로 개최해 왔다. 다만 지난 2012년 7월 고(故) 박정구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는 나란히 참석했다. 박정구 회장은 박인천 회장의 차남으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형이다. 그러나 추모식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 간 대화도 일체 오가지 않았다.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추모식은 금호석유화학 그룹 측이 주관했다. 이후 지난해 9월 큰 형수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의 빈소에서 대면하기도 했으나 3일 내내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을 만큼 싸늘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재계는 오는 16일 공동 추모식 개최를 내심 기대했다. 올해는 여느 때와 달리 선대회장의 타계 30주기을 맞이한 기념비적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제각기 추모식을 진행키로 하면서 서로에 대한 앙금을 드러냈다.
 
올 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를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데 이어 금호석화가 아시아나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반대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도 이어졌다.  
 
다만 15일 박삼구 회장의 자택에서 열리는 박인천 회장의 제사에는 박찬구 회장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박인천 회장의 30주기여서 양측이 함께 추모식을 개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여러 사건들로 인해 사이가 벌어지면서 양측의 관계가 더욱 소원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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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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