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상반기 최악의 매출을 기록한 패션업계는 올 하반기 비상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경영전략을 보수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소비침체 여파, 간절기시즌 매출 부진 등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지만 하반기 전망 역시 암울하기 때문이다. 정상가 판매율 하락과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하반기도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기 힘들거란 분석이 재배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업체들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하향 조정함과 동시에 출고물량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상반기 매출 목표를 달성한 기업은 아예 없다고 보는게 맞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매출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일부 브랜드의 경우,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크게 가라 앉아 있다.
일각에서는 재고와의 한판 전쟁이 시작될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패션업계 리딩기업인 A기업의 경우, 5000억원 가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기업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부터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2000~3000억원 안 팎의 재고를 떠안고 있는 상태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역대 최고 재고물량을 기록 중인 것으로 파악 된다며 하반기는 최대한 재고를 덜어내는 것이 공통된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재고 해소는 잘 나가던 아웃도어 업계에도 올 하반기 최대 숙제가 됐다. 사실 상 외형성장과 재고량이 비례한다는 게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지난 겨울시즌 예상치 못한 포근한 날씨 탓에 재고가 불어나면서 하반기 신규물량 주문도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덩치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물량주문을 넣고 감당이 안 돼 한숨만 쉬고 있는 업체들이 많은 상태"라며 "일단 최근 쌓인 재고 물량부터 소진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사실상 올 초 대부분 상위 업체들은 10% 내외의 성장을 기대했고, 중위권 업체들의 경우 30% 내외까지도 성장률을 잡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여건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기업도 상당 수 나올거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통상적으로 아웃도어 업계가 매년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수직하강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들은 상반기 부진을 최대한 만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공격적인 마케팅 위주로 영업전력을 짜기보다는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 강화에 주력하는 것을 핵심에 두고 있다.
특히 현금확보를 위해 하반기 초부터 각종 할인행사에 돌입하는 한편, 주력상품인 다운제품을 일찌감치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판매율 저조와 함께 지난해 최대 성수기인 겨울시즌 기상관측 실패로 대규모 물량오더를 감행한 것이 부진의 결정타로 작용했다"며 "지금은 유통망 확대를 통한 외형성장 보다는 철저한 내실다지기로 가자는 것이 회사 내부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하반기 경영 키워드는 안정과 효율성 강화로 잡고 보수적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당초 예상했던 하반기 생산물량을 절반 가량으로 줄이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유동적으로 물량을 추가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