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인터넷 상에 떠도는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1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 그랜드볼룸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개최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는 '잊혀질 권리'의 국내 적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직 국내에 도입하기에 과제가 많다는 신중론과 정보 수집 단계에서부터 수집 자체를 차단하게 하는 '수집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류석 기자)
정찬모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에 너무 집착해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잊혀질 권리의 국내 도입은 신중해야 하고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사생활침해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권의 운용을 재점검하는 수준에서 대응 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백수원 박사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위해 현행법이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입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경환 변호사는 "잊혀질 권리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한계 설정'이나 '이익형량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뒤 새로운 명문의 입법을 통해 명확한 근거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수원 박사는 "검색 엔진의 발전으로 모든 정보를 손쉽게 검색해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 대한 '잊혀질 권리'의 보장은 필요하다"라며 "현행법이 포섭하지 못하는 부분에 관한 입법적 해결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황성원 KISA 단장,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상직 변호사, SK커뮤니케이션즈의 김태열 팀장,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지성우 교수, 소비자 시민 모임의 윤주희 부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황성원 단장은 잊혀질 권리가 국내에 일반화 됐을 경우와 입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도입됐을 경우의 사회적합의 문제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개인 사생활에 관한 것, 이미 사람들에게 잊혀진 정보 등은 잊혀질 권리의 논의 대상이 되어도 좋을 것"이라며 삭제할 정보들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상직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은 경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보도되지 않는다"라며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가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루진 후 '잊혀질 권리'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주희 부위원장은 사업자가 개인정보의 주체인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는 것을 통해, 마치 이용자들에게 정보처리의 권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잊혀질 권리의 주장을 하기 전에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집되지 않게 할 권리'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한 김태열 팀장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충분히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라며 관련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지성우 교수도 "우리나라는 개인의 정보보호보다 표현의 자유를 더 강조해야 하는 시기"라며 잊혀질 권리의 적용에 대해 반대 뜻을 나타냈다. 또 그는 "잊혀질 권리가 공인들이 자신의 과거를 세탁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