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데스노트가 된 '박근혜 수첩'

입력 : 2014-06-17 오후 6:00:00
참극이다. 집권 2년도 안 돼 낙마한 국무총리 후보자만 벌써 두 명이다. 또 다른 후보자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보수의 아이콘이던 안대희 전 대법관마저 미끄러졌다. 문창극 후보자도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채 버티고 있지만, 힘들어 보인다.
 
민심은 이미 등을 돌렸다. 국회 표 대결도 쉽지 않다. 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되느니 이 정도에서 멈췄으면 하는 기류가 여당 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급기야 친박계를 대표하는 서청원 의원이 문 후보자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국회 인사청문요청서 제출을 보류했다. 여당 내분을 눈으로 확인할 경우 지금까지의 당청 주종 관계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레임덕의 신호다. 전당대회와 재보선에 끼칠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사퇴 외에 달리 길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 수첩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마다 족족 사라지고 있다. 살생부가 따로 없다.
 
김용준,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후보자가 그랬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등도 끝내 후보자 딱지를 떼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래 속 진주’로 극찬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갖은 구설 끝에 대통령 손으로 쳐내야 했다.
 
낙마의 이유도 제각각이다. 위장전입 정도는 애교다. 업무추진비 유용,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 세금 탈루, 아들 병역 면제, 심지어 성 접대 의혹까지… 일반 서민은 생각도 못할 부정과 비리가 망라됐다. 장관 자리 하나 꿰차려면 최소 서너 개의 의혹은 명함으로 내밀어야 할 정도다.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총리 후보자는 되레 법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총리 후보자는 하나님까지 팔며 친일 논란을 불 지폈다. 친일에 뿌리를 두고 반공으로 민족에 총뿌리를 겨눈 이 나라 보수의 민낯이다.
 
관료사회의 불안감도 커졌다. 대통령 수첩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시한부로 접어든다는 하소연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사신으로 죽음을 집행한다는 얘기는 농 차원을 넘어섰다. 청문회는 사형장이 됐다. 다음 차례에 대한 두려움이 전해진다.
 
문제는 이 같은 인사 참극이 앞으로도 재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민심은 인의 장막에 가려지고, 시스템은 몇몇 측근들의 독단과 전횡으로 무너져 내렸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 역량보다 보안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오죽하면 인수위 명단이 밀봉된 채 언론 앞에 펼쳐졌을까.
 
인사가 만사라 했다. 지금까지는 분명 망사다. 국민을 개조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칼끝을 자신을 향해 돌려야 하는 이유다. 개혁은 안으로부터 시작돼야 명분을 얻는다. 정치에서 명분은 힘이다. 실리는 그 뒤에 찾아도 늦지 않다. 그간의 인사는 실리였고, 이해였다.
 
김기성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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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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