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전길남 "이통사, 숫자놀음 대신 퀄리티 높여야"

입력 : 2014-06-19 오후 4:31:36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KT(030200)는 19일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와 함께 '대한민국 인터넷 상용화 20주년과 GiGA시대'라는 주제로 특별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선 인터넷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조망하고 초기 인터넷과 기가인터넷의 속도 시연 등을 진행했다.
 
전길남 박사는 "이제 우리나라 이동통신업계는 '숫자놀음'에서 나아가 '퀄리티 향상'으로 가야 한다"며 "벤츠나 렉서스를 비싸도 믿을 수 있어 사듯이 인터넷과 IT도 우리 기술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본부장은 "F1 자동차 경주를 보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선보인 최첨단 기술들이 스핀오프돼 다음 자동차 기술에 적용된다"며 "이처럼 우리가 경쟁을 통해 선보인 선진 기술도 앞으로 나올 서비스 상용화를 촉진시키는 만큼 현재의 속도 경쟁이 결코 소모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전길남 박사,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장,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KT는 인터넷 상용화 20주년을 맞아 19일 전길남 박사, KT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장, 유태열 경제경영연구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인터넷 상용화 20주년과 GiGA 시대”라는 주제로 특별 포럼을 열었다.(사진=김미연 기자)
 
-인터넷 상용화 20년 동안 KT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전길남 박사(이하 전): KT만의 이야기라기보다 우리나라 통신업 자체가 경쟁할만한 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멕시코의 경우 유선과 무선 모두 한 회사가 80~90%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이 몇몇 네가티브한 부분도 있지만 좋은 의미에서 경쟁을 지속해 왔다. 3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KT의 연구개발이 없었다면 이렇게 일찍 인터넷이 성공하지 못했을 것. 1980년대엔 경제적 여유도 없었는데 기적적으로 잘 이루어냈다. 특히 1983~1994년 동안 KT가 꾸준히 서포트하며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1994년에 본격적으로 인터넷 상용화를 할 수 있었다.
 
-상용화 전 카이스트의 연구도 큰 역할을 했을텐데.
 
▲전: 카이스트뿐 아니라 서울대와 포항공대 등 웬만한 대학은 다 참여해서 연구했다. 삼성이나 LG 등 기업체도 같이 했고 KT와 데이콤 등 통신사도 참여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프로젝트가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 갖는다. 뚜렷한 이유보다는 왠지 해야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우리에게 있었다. 경제적인 여건 대비 무리하기도 했지만 중간에 멈추지 않고 다같이 합심한 점이 돌이켜보건대 매우 중요했다.
 
유태열 소장(이하 유): 산학연이 똘똘 뭉쳐 힘을 모았다.
 
-우리나라 과연 IT 강국인가? 이용자 측면이나 사업자 서비스제공 측면 등 개선할 점은?
 
▲전: 인터넷 강국과 인터넷 선진국, 뭐가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보안문제가 특히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며칠 전 기사에 17세 청소년이 개인 노트북에 국내 3000만명 개인정보 갖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거 빨리 해결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각국이 우리나라에 도움 요청할 수 있을만큼 인터넷 선진국 돼야 한다. 인터넷은 우리 삶의 질 높이기 위해 있는 것 아니냐.
 
-인터넷 세계에서의 성과물은 포털, 게임, SNS 등이 많이 취했다. 통신사는 빨랫줄(망)만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 있는데.
 
▲유: 가슴 아픈 질문이고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통신업계만의 고민도 아닌 듯하다. 인터넷 발전의 공을 네이버나 카카오가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고민이다. 음성시장에서의 밸류는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가치 찾아야 한다. 기가네트워크도 단순히 양적인 속도 차원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솔루션과 분석 등이 결합될 때 밸류가 나타날 것이다. 지난 5년간 경험한 바로는 통신사업자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과 네트워크와 비즈니스모델 등을 공유해야 한다.
 
오성목 부문장(이하 오): 앞으로 나올 새로운 서비스는 UHD급의 엄청난 데이터가 왔다갔다하는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이를 제공하는 CP나 네트워크 공급자 간에 합의가 돼야 한다. 기가토피아 하면서 수조원의 투자를 한다고 했지만, 이외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인터넷을 쓰면서 이익을 보는 쪽에서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 글로벌리한 움직임이다. 가입자한테 전가한다는 게 아니고, 통신네트워크사업자와 CP들 간에 적절한 협의를 통해 데이터 트래픽이 원활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 인터넷 소외지역 혹은 소외계층을 위한 KT의 노력은? 
 
▲유: KT가 통신 100년 이상의 역사 갖고 있다. 전국에 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산간벽지 농어촌 곳곳에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IT서포터즈라는 제도 운영하면서 디지털 격차에 대한 이슈를 교육하고 있고, 시니어 계층 위한 스마트 교육도 실시하면서 디지털 격차를 줄여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T의 소외지역에 대한 노력은 기본적인 '유니버셜 서비스'다. 새로운 형태의 소외 이슈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해소해 나갈 것이다.
 
-20년 전 연구단계 때 현재의 인터넷 환경을 상상했나.
 
▲전: 20~30년 전에 이런 상황 상상 못했다. 텔레비전, 전화, 자동차같이 누구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적은 있었지만, 지금 수준의 폭발적인 데이터가 발생할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러 나라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새로운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혁신도 기대 이상이다. 이런 타입의 혁신은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시켜야 한다.
 
- 인터넷의 미래는 어떻게 예상하나.
 
▲전: 숫자놀음에서 나아가 퀄리티 향상으로 나가야 한다. 벤츠, 렉서스같은 자동차 왜 사나? 비싸지만 믿을 수 있으니까 산다. 인터넷과 IT도 앞으로 KT 것은 믿을 수 있다는 안전함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숫자놀음에서는 중국이 결국 이길 수밖에 없다. 또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들. 결국 페이스북 왓츠앱 아니면 중국 위챗이 시장을 주도할 확률이 크지만 이번만큼은 우리나라가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형태로든 이 경쟁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광대역 LTE-A 등 속도 경쟁이 과한 건 아닌가.
 
▲오: 속도경쟁은 늘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 발표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200Mbps 되면 얻는 이득이 뭐냐 이런 질문들. 하지만 지금의 서비스들 모두 3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F1 자동차 경주를 보면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기술력 과시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들을 선보인다. 당장 상용화할 수 없지만 그렇게 나온 기술이 스핀오프가 돼서 새로운 자동차 기술에 적용된다. 이처럼 우리도 200Mbps, 300Mbps 등 기술을 먼저 선보이면 기지국 장비 등으로 기술이전도 되고, 앞으로의 서비스 상용화로 이어지게 된다. 속도 경쟁을 소모적인 경쟁이 아니라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경쟁으로 봐달라.
 
-인터넷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도 크다. KT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고민은?
 
▲유: IoT 등이 나오면 새로운 쪽의 사회적 책임이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면 보안, 정보격차, 교육, 상생경제 등 아주 넓은 개념의 사회적 역할을 우리가 수행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역할은 회사측에서도 중요한 미션이자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 대학교수로서 얘기하자면 스마트폰 중독, 모바일메신저 중독 심각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인터넷 문화를 거의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도 먼저 발생하고 심화된다. 이런 문제들을 앞서서 해결하고 주도할 수 있어야 인터넷 선진국이 되는 것. 그렇게 된다면 4~5년 후엔 안전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숙제를 KT에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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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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