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던 보일러 시장에 3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심야전기 보일러 보급사업을 8년에 걸쳐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히트펌트 보일러로 교체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다. 한전은 이후 사업 및 보조금 지원 규모를 놓고 숙의에 돌입했다.
다만 히트펌프 보일러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만큼 비용 부담이 커 한전이 보조금을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 것인지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는 곧 업계의 수익성을 담보하는 지표로도 직결된다.
한전은 이달 중순 오는 2022년까지 총 34만여대의 심야전기 보일러를 축열식 히트펌프 보일러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달말께 이번 보급사업 관련 적정 보조금에 대해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시행 시기는 적정 보조금 산정이 끝나고 세부규칙을 마련한 후 결정할 계획이다.
축열식 히트펌프 보급사업은 심야전기 보일러 보급사업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보급된 심야전기 보일러는 약 56만대에 달한다. 한전은 이 가운데 34만대를 기존 심야전기 보일러보다 2~3배 가량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히트펌프 보일러로 교체하겠다는 목표다.
통상 축열식 히트펌프 보일러 1대 가격이 1000만원을 웃돌아 한전의 보급사업이 시작되면, 3조원대의 새로운 대규모 시장이 열리게 된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보일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음에도 보일러와 에어컨 제조기술이 비슷한 데다, 축열식 보일러에 필요한 공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대상 자격이 주어졌다. 일각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기존 업체 중에서는 경동나비엔이 심야전기 보일러 시장에서 35%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귀뚜라미 또한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양사의 점유율을 더하면 시장은 과점 구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싸움이 대기업과 기존 업체 간 구도로 치닫자 "이번 한전의 히트펌프 보일러 보급사업 규모가 워낙 커 보일러 업체뿐 아니라 대기업도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급사업이 대기업과 중견기업과의 싸움이라지만, 대기업은 보일러 유통망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고, 또 제품의 질도 보일러 업체를 뛰어넘지 못한 것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유통망이 튼튼한 기존 보일러 업체들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심야전기 보일러도 처음에는 100개사 넘는 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경동과 귀뚜라미, 강남태양열 등 3개 업체가 9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을 독식하고 있어 많은 업체들이 관련 사업을 접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기업과 기존 업체 간 한판대결 외에도 보급사업의 보조금 규모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상당하다. 업계는 사업의 성패 여부를 보조금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조금 없이 히트펌프 보일러로 교체하려면 보일러 값 1000~1200만원에 공사비용 300~400만원까지 더해 15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보조금 지원 없이 교체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농가에서 1500만원의 목돈을 들여 보일러를 교체하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번 한전의 보조금 규모에 따라 수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까지 고려해 60~70% 이상의 보조금이 나와야 농가에서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것을 생각해 교체를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