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요행은 없다

입력 : 2014-06-23 오후 3:23:42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이 알제리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첫 경기와 똑같은 전술을 들고 나온 대표팀은 맹공을 퍼부은 알제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벨기에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것에 교훈을 얻은 알제리가 주전들을 대거 교체한 반면, 한국은 첫 경기의 주전 멤버를 그대로 기용하는 등 안이한 대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전반에만 세 골을 헌납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비록 후반에는 두 골을 만회하는 투혼을 보였지만 추격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마지막 세번째 예선경기에서 우리가 벨기에를 대파하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근소하게 이길 경우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당초 조 추첨결과를 보고 '최상의 조'라고 희희낙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모습은 구차하기 이를데 없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던 몇몇 선수들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지만, 책임은 감독을 비롯해 선수를 선발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질 수 밖에 없다. 과연 현재의 선발멤버들이 최상의 선택이었을까.
 
이번 대표팀은 선발과정에서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다. 감독은 당초 공표했던 선발원칙을 어겨가며 특정 선수를 발탁했다. '특혜논란'은 당연한 결과였다. '단 10분만이라도 경기에 뛰고 싶다'고 토로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부동의 스타팅 멤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감독이 편애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원팀'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멤버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동메달을 땄던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감독이 잘 아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내가 잘 아는 선수들'이라는 데는 맹점이 있다. 아는 선수들만 기용하다 보니 잘 모르는 선수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 인재 발탁의 풀이 좁아지고 결국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할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도 당시에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2002년의 주축 선수들은 이름값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결정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질시와 비난이 있었지만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수뇌부는 흔들림 없이 원칙을 고수했다. 2002 월드컵 이후 무수히 쏟아졌던 대표팀의 성공요인 분석에는 '실력 위주의 선발'이 빠지지 않았다. 그 교훈이 이제는 망각된 것 아닌가 싶다.
 
최근들어 사회 곳곳에서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정치권에서는 인사 참사가 이어졌고, 그 와중에 또 군에서 끔찍한 총기 참사가 벌어졌다.
 
각 사건들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원칙이 홀대받고 병폐가 쌓여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다.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수첩인사가 난무하면서 사회분위기를 일신할 참신한 인재발굴은 요원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언제까지 이런 난맥상을 지켜봐야 할까. 분명한 것은 근원적인 처방 없이 말만 앞세워서는 이런 병폐를 일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손정협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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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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