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퍼 소지섭의 고백을 통해 본 스타의 그늘

입력 : 2014-06-25 오후 3:42:33
◇랩퍼로서 새 앨범을 발매한 배우 소지섭. (사진=51k)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랩퍼’ 소지섭이 새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 24일 발매된 소지섭의 앨범 ‘18 Years'엔 타이틀곡 ’18 Years‘를 비롯해 ’Boy Go', '환상 속의 그대‘ 등의 곡이 실려있다. 소지섭은 지난 2008년부터 랩퍼로서 활동을 펼쳐왔다.
 
소지섭이 새 노래를 통해 음악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뤄냈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또 소지섭이 기성 랩퍼들 만큼의 세련된 랩이나 표현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지섭의 노래가 특별하게 들리는 이유는 데뷔 18년차 배우로서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집중 관심..부담스러운 주위 시선 견뎌내야 해
 
수년 전, 기자가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을 때였다. 당시 훤칠하게 잘생긴 남자 하나가 같은 곳에 훈련을 받으러 왔는데 그게 소지섭이었다. 소지섭을 알아본 몇몇 예비군들이 같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소지섭은 정중하게 이를 거절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사진에 담기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예비군 훈련을 받는 그곳에서 만큼은 다른 예비군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을 터였다. 소지섭은 다른 예비군들과 함께 묵묵하게 훈련을 소화해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고, 소지섭은 그곳에서도 결코 평범할 수가 없었다. 유명 스타인 소지섭의 입장에선 그런 과정들을 싫은 티 하나 내지 않고 견뎌내야 했다.
 
소지섭은 ‘18 Years’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친근하게 다가가면 so 쿨하고 nice해 또 말 안하고 무뚝뚝하면 싸가지 없는 actor”
 
대중들의 집중 관심을 받는 스타들은 어딜 가든 주위 시선을 신경을 써야 한다.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친절해야 한다. 무뚝뚝하게 사인 요청을 거절하거나 인상을 썼다가는 손가락질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스타로서의 생활은 피곤하다.
 
◇소지섭이 신곡 '18 Years'를 내놨다. (사진=51k)
 
◇현실과 허구 사이의 혼돈..허탈함과 외로움에 고통 받는 스타들
 
지난 1995년 연예계에 데뷔한 소지섭은 18년 동안의 연예계 생활에 대해 “18년 동안 난 연기하며 살았어. 18년 동안 난 가면을 쓴 채 살았어. 18년 동안 현실과 허구가 헷갈려. 거울을 보며 묻곤 하지 너 누구야 너 huh?”라고 말한다.
 
연예인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산다. 하지만 모든 일과가 끝난 뒤 집에서 혼자 남겨졌을 때 허탈함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가상의 세상인 드라마나 영화 속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또 미래의 불안함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스타들도 많다.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연예인들도 적지 않았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특히 배우들의 경우, 영화를 찍으면 수 개월간 영화 속 캐릭터로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촬영이 끝나고 더 이상 그 캐릭터로 살아갈 수 없게 됐을 때 큰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나는 누구?"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대중들이 바라보는 톱배우 소지섭이 아닌, 인간 소지섭으로서의 고민이다.
 
그는 “Oh 숨이 차고 힘들어도 Oh 나를 찾고 싶어”라고 덧붙인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고통은 언제나 스타의 몫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루머가 퍼져나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는 연예인과 관련된 루머는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확대 재생산되곤 한다. 스타들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악성 루머다.
 
하지만 스타들은 스타란 이유로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 "루머 유포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식의 소속사 측의 발표가 이따금씩 나오곤 하지만, 실제로 강력한 처벌을 받는 유포자는 많지 않다. 이미지 관리의 차원에서 연예인들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결국 각종 루머로 인한 괴로움과 고통은 항상 스타의 몫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끊임 없이 가십을 찾는 언론들도 스타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데 한 몫을 한다.
 
소지섭은 "듣고 싶은걸 듣고 보고 원하는 것만 바라봐. 그런 게 아니면 싸늘하게 손가락질 하며 날 떠나가. 내가 궁금한 건 아니지 재밌는 가십이 필요한 거잖아. 두 눈과 두 귀를 닫고 지내 어차피 늘 그랬었잖아. 난 남들에게 상처를 조금도 줄 수 없어. 대신에 그 상처로 물이든 문신을 내고 몸으로 고통을 되새기네"라고 말한다.
 
이어 "멋진 척 있는 척 대단한 척 그런 척. 그런 거 더는 싫어. 솔직한 나를 찾고 싶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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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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