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로봇청소기 업계가 국내 시장의 둔화로 고심에 빠졌다. 이에 해외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신기술을 탑재한 전략제품 등을 내놓으며 시장 수요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로봇청소기 시장은 지난 2006년 5만대, 2007년 8만대로 성장했고, 2008년에는 11만대 수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0만대 초반에 머무르면서 초창기보다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50%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성장률이 2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의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유진로봇(056080), 마미로봇, 모뉴엘 등 중소업체가 나머지 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유진로봇, 모뉴엘, 마미로봇 로봇청소기. (사진=각 사)
업계는 로봇청소기 시장의 부진에 대해 대기업의 판촉물 공세와 더불어 선진국과의 문화 차이를 주요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불거진 소비자단체의 성능 평가도 시장 침체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사 제품을 구매할 때 로봇청소기를 판촉물로 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로봇청소기는 판촉물로 받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겨 소비자가 비용 지불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좌식 문화에 길들여진 주부들이 바닥은 직접 쓸고 닦아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서브' 청소기 개념으로, 진공청소기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제품 성능평가 결과도 시장 위축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평가 대상에 오른 7개 제품 중 절반 이상이 마룻바닥 청소 성능과 자율이동 성능이 품질인증 기준치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부추겼다.
비수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평가 결과가 매출 감소의 직격탄으로 작용했다고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6년 제정된,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에 의한 평가였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로봇청소기를 생산하는 한 제조사 관계자는 "로봇청소기가 KS인증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계절적 비수기를 감안해도 분명 좋지 않았다"며 "또 올해 1분기 판매량도 전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고, 다른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로봇청소기 수요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서 각 업체들은 정체된 시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안 마련에 착수했다.
유진로봇은 유럽과 미국 등에 법인을 세우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은 지난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00% 성장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모뉴엘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선보인 제품을 올해 출시하고, 30~40대 여성 고객을 위한 감성 마케팅도 이어갈 계획이다.
모뉴엘 관계자는 "카메라가 장착된 제품과 예약시간을 설정할 필요가 없는 능동형 스마트 로봇청소기, 걸레판 회전운동을 기반으로 한 물걸레청소기 등의 제품을 올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미로봇은 저가 제품으로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마미로봇 관계자는 "청소 기능만 갖춘 단순한 제품으로 20만원 초반대의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면서 "향후에도 이러한 친소비자적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