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포커스)김수현 논란, 매니지먼트 전략의 치명적 미스

입력 : 2014-06-26 오후 2:44:46
◇'생수 논란'에 휘말린 배우 김수현. (사진=S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생수 때문에 인터넷이 이렇게까지 뜨겁게 달궈졌던 적이 있었을까. 톱스타 김수현과 전지현의 ‘생수 논란’으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지난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김수현은 전지현과 함께 중국 헝다 그룹의 생수 모델로 발탁됐다. 그런데 생수의 수원지 표기가 문제가 됐다. 이 생수의 수원지는 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인 장백산으로 표기돼 있으며, 이를 두고 일부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우리 스타가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를 살펴보면 장백산이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돼온 용어인 만큼 이 용어 자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과 장백산의 관계를 독도와 다케시마의 관계에 비유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이 백두산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단독 등재에 대한 의도를 보이고, 장백산 문화론을 통해 우리 민족과 관련된 역사 공정에 나서는 것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생수 광고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가 해외에서 광고를 찍으면서 민감한 역사적 이슈와 조금이라도 얽힐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왜 좀 더 조심스럽지 않았냐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김수현에겐 사실 이번 논란을 현명하게 넘길 만한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번째 기회는 생수 모델로 발탁됐던 당시였다. 생수의 수원지가 장백산이라고 표기돼 있는 것을 인지하고, 이것이 국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한 뒤 모델 제의를 고사했다면 깔끔하게 이번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수 광고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장백산이란 용어를 민감한 역사적 이슈로까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 기회는 국내에서 생수 논란이 인 직후 있었다.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 측은 지난 20일 "중국 측에 CF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위약금과 CF 촬영 비용 등 수십 억원의 손해가 생길 것 같지만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감한 역사적 이슈와 얽힌 논란을 불식할수 있을만한 발빠른 대처였다. 문제는 이 말이 끝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
 
김수현의 소속사 측은 지난 25일 "중국 측과 논의 끝에 극단적인 결론을 내기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약속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생산·판매되는 헝다그룹의 생수제품 취수원의 현지 표기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었음을 서로 인정하며 이해했다”며 “한·중 양국의 깊은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교류와 우호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여기서 네티즌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믿었던 김수현이 불과 며칠 사이에 말 바꾸기를 한 셈이 됐다. 게다가 김수현 측이 말하는 신뢰와 약속, 책임의 대상도,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이해한 주체도 중국 기업이었다. 국내 팬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중국에서 찍은 생수 광고로 인해 논란에 휩싸인 김수현과 전지현. (사진=SBS)
 
김수현 측은 이번 논란으로 인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광고를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위약금 문제나 향후 중국 업계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키이스트가 상장 기업이란 점도 한 가지 이유가 됐을 터. 키이스트의 주가는 김수현이 이번 광고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 이틀째 급등세를 보였다.
 
물건을 사고팔아 어떻게든 수익을 남겨야 하는 일반 기업의 입장에선 백 번 타당한 선택이었다. 국내에서 좀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향후 중국에서 금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매니지먼트업은 상황이 좀 다르다. 매니지먼트업은 대중들에게 스타에 대한 판타지를 파는 업종이다. 판타지에 열광해주는 대중들이 있기 때문에 스타는 드라마도 찍고 광고도 찍어 수익을 창출해낸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스타의 이미지와 직결돼 있다. 매니지먼트업의  특성상 스타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좋아지기도, 또 반대로 하루 아침에 추락하기도 한다. 
 
배우 김수현을 매니지먼트하는 입장이라면, 이번 논란에 있어 1순위로 생각했어야 했던 건 김수현의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었다. 김수현은 그동안 반듯한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이미지와 동북공정이라는 민감한 역사적 이슈가 충돌을 일으키면서 이번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논란 이후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살펴보면 처참할 정도다. 한때 가장 안티팬이 없는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수현을 향한 험악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스물 여섯 살이 된 배우 김수현은 이 모든 비난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 생수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내내 김수현은 전혀 보호받지 못했다.
 
수원지 표기에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또 김수현이 이번 논란에 있어 잘못한 것이 손톱 만큼도 없었더라도 김수현 측은 고개 숙여 사과를 한 뒤 광고 진행을 중단했어야 한다. 그게 현명한 매니지먼트 전략이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열애설에 휘말린 뒤 일단 딱 잡아떼고 보는 것도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스타 김수현도 결국은 한국 배우다. 한국에서의 탄탄한 인기가 없다면 해외에서의 성공도 장담하지 못한다.
 
금전적 손해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과의 불편한 관계가 향후 한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해 김수현 측과 중국 기업 측이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대중들에게 중요한 것은 김수현이 논란이 되는 광고를 찍었냐, 안 찍었냐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식으로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가르쳐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실 여부를 떠나 김수현은 대중들에게 이미 “돈 때문에 역사관을 버린 연예인”이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중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스타의 이미지를 곧 팩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런 식의 논란은 연예인에게 치명적이다.
 
김수현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배우 중 가장 안정적인 연기력과 남다른 스타성까지 갖춘 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번 논란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작품을 통해 승승장구해왔던 김수현이 데뷔 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해욱 기자
정해욱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