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신용카드 고객 정보유출, 전산시스템 교체 내분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금융사 임원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다음달로 연기됐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임영록
KB금융(105560)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안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징계안 연기를 놓고 당국은 심의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선을 긋는 반면 금융사는 막판 설득이 주효했던 것 아니냐는 동상이몽식의 해석이 나온다.
26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8시 넘을 때까지 제재심을 진행했으나 징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 제재심은 빠르면 7월 3일 열릴 예정이다.
제재심은 6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지난 제재심에서 연기됐던 일부 안건을 우선 처리하고, KB금융과 국민은행 임원의 소명 진술을 듣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정보유출 사건을 일으킨 카드 3사 등에 대한 제재 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제재심이 연기되면서 중징계 위기에 놓였던 KB금융 경영진들은 한숨을 돌렸다. 제재심이 다음으로 미뤄지면서 중징계를 통보받은 회장과 행장이 경징계로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이날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직접 참석해 당국의 중징계 사전 통보에 대해 2시간 가량 억울함을 피력했다. 이들 수장은 당국이 내거는 중징계 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제재심이 미뤄졌다는 건 소명 내용을 더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징계 수위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어윤대 전 회장은 'ISS보고서 사태'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지만, 제재심에서 경징계로 수위가 내려간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중징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까지 참여한 제재심에서 의견이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것은 KB금융에 나쁘지 않은 신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은 제재 수위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특정 금융사 임원들의 진술을 청취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해 심의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소명 논란이 일 수 있어서 징계 대상자의 진술을 최대한 들어주려 했다"며 "하지만 소명 내용이 기존에 제출했던 의견서와 크게 다른 게 없어 징계 수위를 변화시킬 정도는 아닌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