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대표팀 기자회견장에 날아든 엿.."한국 축구는 죽었다" 현수막

입력 : 2014-06-30 오전 10:44:14
◇브라질 월드컵서 H조 최하위의 치욕을 당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일부 팬들의 호박엿 세례를 받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News1
 
[인천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B게이트 주변은 이른 시간이지만 수백 명의 사람들이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의 입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전 4시45분에 인천공항을 통해서 고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상 첫 원정 8강의 목표를 내걸고 브라질로 향했지만, 대표팀은 한 경기도 못 이기고 H조의 꼴찌 팀이 됐다. 
 
이 때문에 입국 도중 불미스러운 헤프닝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1무2패) 이후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고, 홍 감독은 부진한 경기를 펼친 특정 선수를 유달리 아끼고 비호하며 '의리'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표팀 귀국 현장에 가서 계란을 투척할 경우, 400만 원을 주겠다"는 과격한 말도 돌았다.
 
기자가 공항에 도착한 이후 일부 성난 팬들이 무언가 일을 벌일 거란 조짐은 보였다.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 도중 접했던 '공항 항의 방문'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대표팀은 착륙 이후 입국장에 나오는 시간이 상당히 지체됐다. 선수들의 짐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착륙과 입국장 등장 간의 시간차는 컸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선수들의 입국 현장을 살피고자 기다렸다.
 
대표팀 입국 기념 공식 행사인 해단식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대표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브라질에서의 노고를 치하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정 회장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원하며 격려했다.
 
그런데 정 회장과 대한축구협회(KFA) 임원들의 인사가 끝날 무렵 갑자기 대표팀을 향해 사탕이 여럿 날아왔다. 어느 남성이 사탕 뭉치를 대표팀을 향해서 던진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서 H조 최하위의 치욕을 당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일부 팬들의 호박엿 세례를 받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많은 사람들은 투척 장면을 보면서 격려하려는 것으로 여겼다. 마치 꽃가루를 던지는 듯한 몸짓을 보인 데다 얼굴을 전혀 가리지 않았기에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격려나 축하가 전혀 아니었다. 그 남성이 던진 사탕은 엿 사탕이었다. 절반 정도 던질 무렵부터 그는 "엿 먹어라!"고 소리치며 대표팀을 향해서 사탕을 던졌다. 사탕을 다 던질 때까지 남성은 계속 소리쳤다.
 
엿 사탕을 던진 그 남성은 다른 남성과 함께 '한국 축구는 죽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펼쳤다. 기자가 살짝 엿봤던 현수막이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을 기반으로 하는 '너 땜에 졌어'라는 카페 회원이다. 현장에는 10여명 가량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는 해단식을 마치고 엿 사탕을 투척했던 사람을 쫓아가 투척 동기를 들었다. 전호연(42)이라고 이름을 공개한 이 남성은 "이게(엿을 먹으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다. 인맥 축구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요새 사회적으로 해피아, 관피아라는 것이 큰 문제다. 축구에도 축피아가 있다. 인맥을 통한 축구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인맥으로만 몇몇 선수를 기용한 끝에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정성룡과 박주영을 믿어서 이 사단이 났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 축구에 엿을 먹였으니 그들도 엿을 먹으라고 던졌다"면서 "홍 감독에게 '너는 영웅이 아니고 죄인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 후, '출근해야 한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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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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