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패션업계의 중심에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줄만 알았던 SPA 브랜드 상당수가 수익성에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은 두 자릿 수 내외의 성장세를 나타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수익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외 대형 SPA 업체 대부분은 매출 증가율 대비 순익이 크게 줄고 있다. 치열한 경쟁 탓에 할인이 잦아지고 제품 주요 생산처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건비까지 급등한데 따른 영향 때문이라는 것. 이 때문에 실상을 들여다보면 빚 좋은 게살구 신세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진=김수경 기자)
글로벌 브랜드인 자라, 유니클로 등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에잇세컨즈, 탑텐 등 국내 토종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신규브랜드 대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일년에만 수 십여개의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올해만해도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캐나다 SPA '조프레쉬'가 상륙한데 이어 H&M이 전개하는 '코스(COS)'도 론칭을 앞두면서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들은 제 살 깍아 먹기식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기 시즌오프 행사 외에도 갖가지 이벤트를 수시로 벌이면서 도를 넘은 저가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요즘들어 할인 일수도 길어지고 할인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업계 1위인 유니클로만해도 올 초부터 고객감사대전, 여름맞이 특별 프로모션 등등 여러가지 수식어를 달고 거의 매달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선도 업체들의 할인 마케팅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딩업체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할인마케팅을 유도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며 "후발주자들은 브랜드력도 떨어지는 마당에 할인경쟁 마저 동참하지 않으면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SPA브랜드는 품질이나 디자인 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는게 사실"이라며 "수익이 덜 나도 일단은 많이 팔고라도 보자는 식이니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히 최근 2~3년 동안 론칭한 신생 브랜드의 경우 BEP(손익분기점)도달 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보통 1~2년 정도 늦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원가가 100원이면 700원에 팔았는데 이제는 300원 받기도 힘든 지경"이라며 "물류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게 뭐가 있겠느냐"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결국 업체들로서는 디자인과 원단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가 절감으로 수익 악화를 만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 화려했던 SPA 전성시대가 곧 내리막길을 걷게 될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나름 선방하던 퀄리티 좋은 브랜드도 원가 줄이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디자인과 품질 모두 하향 평준화로 가고 있다"며 "이런 구조 하에서는 수익개선도 볼륨 확대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손 들고 나오는 업체들이 하나 둘 씩 생격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