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쟁에 가격만 뛰었다

입력 : 2014-07-02 오후 5:14:37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주요 제조사들이 프리미엄을 넘어 ‘초’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하위 라인업까지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힐 수 있어 소비자 유혹에는 제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 제조사들은 수년전부터 프리미엄 경쟁에 돌입했다. 9000 등 프리미엄 전용 라인업도 구축됐다. 프리미엄 제품을 살 수 없는 소비자층도 보급형 라인업의 구매를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누리는 일종의 대리만족 효과가 확인되면서 경쟁은 한층 격화됐다.
 
문제는 슈퍼 프리미엄, 초프리미엄 등 프리미엄을 넘어선 프리미엄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기존 프리미엄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한없이 높이 책정되고 있다. 제조사들이 구사하고 있는 초프리미엄 전략이 자칫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는 고가의 냉장고를 잇달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업계 최대 용량인 1000리터(ℓ)급 ‘셰프컬렉션 냉장고’ 4종을 꺼내들었다. 유럽의 미슐랭 스타셰프들과 공동 기획한 이 제품은 프리미엄 앞에 ‘슈퍼’가 붙으면서 출고가가 589만원에서 739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업계 최초로 1000ℓ 용량을 구현했다. 용량이 전작에 비해 150리터 정도 늘었지만 적지 않은 가격 상승폭이다. 
 
삼성전자가 앞서 출시한 프리미엄 냉장고 ‘지펠 T9000’의 845ℓ급 모델이 549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0만원가량 가격이 올랐다. 아울러 LG전자의 프리미엄 냉장고 '디오스 V9500'이 세운 최고가 600만원대 기록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사실상의 가격 경쟁이다. 
 
LG전자도 지난달 485만원~509만원대의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를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정수기 냉장고’에 비해 외관의 변화와 내부 수납공간 확보를 제외하고는 기술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가격은 100만원 이상 높게 책정됐다. 프리미엄을 넘어선 프리미엄을 강조하려다 보니 애꿎은 가격만 뛰었다.  
   
이처럼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그 이상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냉장고 대용량화 경쟁이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0년대 674ℓ짜리 양문형 냉장고가 국내에 처음을 등장한 이후 냉장고 업계의 화두는 대용량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냉장고 용량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등 20여년에 걸쳐 대형화 신경전을 이어왔다. 
 
하지만 대용량 경쟁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하자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가전 카드를 빼들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판매된 냉장고 전체 매출액 중 프리미엄 냉장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상회하는 55%에 달했다.
 
제조사들이 자체 집계한 판매량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삼성 셰프 컬렉션은 판매 시작 100일 만에 국내 판매 5000대를 돌파했다. LG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 역시 월 2000대 판매량을 이어나갈 정도로 초반 조짐이 좋다.

이 같은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지난 3월 '셰프컬렉션 미디어데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은 40% 수준으로 2011년보다 2배 정도 늘어났다"며 "보급형 제품을 강화하는 한편 프리미엄급은 폭을 더 넓혀 슈퍼 프리미엄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시장선도 제품을 지속 확대해 미국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그 일환으로 지난달 미국의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프리미엄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이 소비자 간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제품별 수요에 따라 타깃층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급형은 대중에게, 프리미엄 제품은 고소득층에게 이미 적합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제조사 관계자는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가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에 걸맞는 기능 등을 추가한다”며 “또 초프리미엄 제품 전략이 모든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LG전자 '디오스 얼음정수기'(왼쪽)와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냉장고(오른쪽)(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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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