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환율 변동 예의주시..시나리오 경영 돌입

"환율 하락보다 환율 하락 속도가 관건"
환헷지·해외거점 생산공장 마련 등 자구책 마련

입력 : 2014-07-03 오후 3:21:23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환율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조금씩 하락했기 때문에 준비는 돼 있다. 문제는 하락 속도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반이 넘도록 견고하게 유지되던 환율 마지노선 1050원이 깨진 지 2개월여 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900원대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당국의 개입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국내 전기전자 업계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는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를 꾸준히 해 온 덕에 아직은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에 따른 시나리오도 수립돼 있다. 다만 충격을 최소화할 완충지대의 역할일 뿐, 수익성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외 생산거점 마련·환헷지 등 자구책 마련
 
전기·전자는 자동차와 더불어 전차군단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무선통신기기(12.7%)와 반도체(10.6%), 가전(7.5%)이 수출을 이끌었다. 전체 수출증가율의 평균인 2.6%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반해 액정디바이스(-8.3%), 컴퓨터(-5.2%)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수출 비충이 높은 만큼 전기·전자업계는 오래 전부터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 달러를 비롯해 엔화·유로화·위안화·헤알화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마련하고 해외 주요지역에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해 위험성 분산에 나섰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기업 이익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해외 현지공장 등이 늘어나고 있어 예전만큼 환율이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표되는 전기·전자업계는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이는 표면상일 뿐 내부적으로는 이미 비상상황에 돌입했다는 전언도 이어졌다. 최악의 급등락 시나리오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체제는 꾸려졌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의 심화다.
 
삼성전자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입 등의 경상거래와 예금·차입 등의 자금거래 시 현지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 또는 지출 통화를 일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환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개별회사의 환위험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평가·관리하고 있다.
 
LG전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업활동에서 비롯되는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를 일치시켜 외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는데 우선적으로 주력하고 있다. 잔여 위험에 대해서는 파생상품 등을 통한 효율적 외환위험 축소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적용하고 있다.
 
환율 충격에 대비해 다각적인 안전망을 구축했지만 환율 변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시장에서 2년 전부터 환율 하락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해왔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환율 마지노선을 설정했다"면서도 "아무리 다양한 대비책을 세운다고 해도 영업이익이 주는 것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및 원·엔환율(자료=Datastream·한국투자증권)
 
◇환율 영항, 가전·스마트폰·반도체 등 제품별 '상이'
 
환율 변동이 각 제품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국가별로 수출 주력 제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 ·LG전자는 각 사업부 별로 환율 마지노선을 설정하지 않고 전사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형 생활가전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구매력 향상으로 프리미엄 제품의 수출이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해 1월1일부터 6월20일까지 수출 증가율을 보면, 유럽연합·일본(각각 24.4%)·중남미(16.8%) 미국(9.4%)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다. 
 
최근 하이얼 등 중국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TV업체들은 엔저의 이점을 등에 업고 파상공세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할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 수출전선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다만 기술력과 브랜드 격차가 커 약간은 안도하는 기운도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기업들이 엔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됐지만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언제든지 엔저 폭풍이 들이닥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스마트폰은 '갤럭시S5' 등 신제품 출시와 LG전자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수출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 일본·중남미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아세안(26.7%), 중국(20.7%), 중동(16.4%), 미국(8.5), 유럽연합(8.9%)은 호조를 보였다. 
 
스마트폰이 프리미엄 시장 중심으로 포화상태에 직면했지만 당분간 스마트폰 수출은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에서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의 보급형 스마트폰 사용도 꾸준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프리미엄 시장의 정체로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가전이나 스마트폰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는 기본이고 헤알화·루블화 등 여러 결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며 "또 해외 주요 지역에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해 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대륙마다 생산거점을 둘 경우 현지생산과 공급을 통해 환율의 위험에서 피할 수 있다.
 
가전이나 스마트폰과 다르게 반도체·부품 분야는 사업 특상상 환율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다소 위안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매출 대부분이 달러 결제인 데다 원재료 구매도 달러나 엔화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환율보다는 가격·가동률·원가 경쟁력에서 나타나는 원가 구조와 수익구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매출 결제뿐 아니라 원재료 구매와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거의 달러를 이용하고 있다.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환변동 위험이 비례하진 않는다. SK하이닉스(000660)는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많아 환율하락 시 외화평가이익도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완전한 완전망은 기대키 어려운 까닭에 업체들은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외환관리위원회'를 구성, 매월 환율 변동을 반영해 경영계획 점검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든 떨어지든 기업은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며 "따라서 환율이 하락한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빨리 떨어지느냐, 이에 대응할 체제가 갖춰져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13대 품목별 상반기 수출실적(단위: 백만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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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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