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가파른 원화 강세로 원료 도입 단가 부담은 낮아졌지만, 판매 단가 하락으로 인해 매출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각 사들은 손익과 손실을 따지면서 기민한 대응에 착수했다.
가뜩이나 업황 침체에 발목이 잡힌 상태에서 환율 리스크까지 떠안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당분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출처=네이버 환전고시 환율.
3일 오후 3시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09.9원을 기록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009.2원으로 마감하며 1010원선이 무너져 내렸다. 이는 2008년 7월29일(1008.8원) 이후 6년 만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진입은 시간 문제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 강세가 가시화되면서 환율 리스크에 노출됐던 정유업계는 올해 역시 침체의 그늘이 짙어질 전망이다. 정유사 매출은 당월 환율을 적용받지만 원가는 전월 환율을 기준으로 한다. 원유 도입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사이에 평균 한 달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원화강세로 인해 원료 수입 부담은 덜었다. 최근 이라크 내 무력충돌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다소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비관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유업계의 수출 비중이 60~70%에 육박해 원화강세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의 원화강세 흐름은 원료 도입 단가가 환율 하락의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특히 환율 하락의 속도는 급락 수준에 도달했다. 환율 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대응체제는 흐름을 같이 하기에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들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은 데다, 달러 결제가 집중된 탓이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만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액이 700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화 매출에서 달러가 90%를 차지해 환율 하락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정유·화학업체들은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선도계약 등 파생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환율관련 위험관리 조직 등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각각 통화이자율스왑계약과 외환스왑매입계약을 체결해 환율 변동을 상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사업계획 수립 시 기준 환율과 비교해 환율이 하락할 때 발생하는 손실분만큼 보전할 수 있는 상시 대응방안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또 매년 환 관리목표를 정해 연초 발생 가능한 최대 환차손을 계량화하고, 목표치를 초과하는 환리스크에 대해서는 차입금 및 선물환 등을 통해 환차 손실을 관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강세로 수출단가 하락이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환율 하락을 대비해 위험관리를 하고 있지만, 수익을 방어하는데 한계가 있어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계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에 환율하락이 맞물리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특히 업체마다 사업 다각화와 매출 발생처가 다르기 때문에 환율이 실적의 희비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