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 (사진=S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드라마 시청률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방송사 간에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시청률 불신의 시대다. 방송사들이 예전만큼 시청률에 민감하게 반응하질 않고 있다.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 (사진=MBC)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시청률 신뢰도 떨어져
한 지상파 방송사의 PD는 “물론 여전히 시청률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시청률이 잘 나오면 방송사 입장에선 좋고, 잘 나오지 않으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시청률에 대해 크게 신뢰를 하질 않는 분위기다. 드라마를 통해 광고를 하는 광고주들도 마찬가지다. 예전만큼 시청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시청자들의 드라마 시청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 요즘 시청자들은 IPTV나 인터넷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보는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시청층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의 경우, 이와 같은 형태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 기관을 통해 발표되는 시청률엔 이런 통계가 포함이 되질 않고, 그렇기 때문에 시청률의 수치 자체로 드라마의 인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에선 꾸준히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드라마를 '인기 없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KBS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사진=KBS)
◇적은 제작비로 높은 수익 남기는 드라마가 '알짜'
그렇다면 방송사의 입장에서 시청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뭘까.
관계자는 “결국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벌어들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시청률이 비교적 높지만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때도 있다. 반대로 시청률이 조금 안 나오더라도 방송사 입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청률면에서 다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광고 판매 등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면 방송사들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입장이라는 얘기다.
방송사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수익의 기준은 해당 드라마에 얼마를 투자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정도의 수익을 거두는 알짜 드라마들이 종종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과도한 제작비 때문에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겉만 번지르르한 드라마보다 이런 드라마들이 방송사내에서 더 대접을 받는다. 결국 시청률 높은 드라마보다는 조금이라도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드라마가 방송사 입장에선 효자인 셈이다.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FT아일랜드의 이홍기.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앞세운 해외 판권 수출 통해 수익 보장
드라마를 통한 주요 수익원 중 하나는 해외 판권 수출이다. 국내의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의 해외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들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쓰리데이즈>, <닥터 이방인>이 잇따라 역대 드라마 수출 최고가 기록을 깨면서 높은 가격에 해외에 팔렸다. 현재 국내 드라마의 해외 판매 최고가 기록은 '닥터 이방인'이 기록했던 8만 달러(약 8200만원)다.
드라마의 해외 판권 수출에 있어 최선봉에 서는 것은 한류스타다. 해외의 방송 관계자들이 큰 돈을 지불하고 우리 드라마를 사가는 이유는 자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우리 스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엔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 스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JYJ의 박유천은 '쓰리데이즈'의 주연을 맡았고, FT아일랜드의 이홍기가 출연했던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는 일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세계 각지에 팔려나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사의 입장에선 캐스팅 단계에서 아이돌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엔 해당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아이돌을 앞세운 해외 판권 수출을 통해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연기에 도전하는 '연기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방송사 입장에선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나 개인 활동에 대한 욕구 등 다양한 이유로 연기를 시작했던 '연기돌'들이 이젠 드라마의 수익 보장 측면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