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자사 대표 중형세단인 SM5에 디젤을 입혔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산 수입차의 디젤 열풍에 공세적으로 대응해 흐름을 같이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날 현대차가 대표적 볼륨 모델인 그랜저 디젤을 출시한 터라 르노삼성의 대응적 성격도 짙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차는 이를 바탕으로 2년 뒤 국내 완성차 업계 3위에 올라서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은 것으로, 한국지엠 타도 선언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말리부 디젤을 통해 중형세단의 디젤시대 개막을 알렸다.
박동훈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은 3일 용인 기흥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열린 'SM5 D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까지 국내 3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공식 출시한 SM5 D에 대한 확신과 함께 최근 QM3 등 새롭게 론칭한 신차들의 흥행이 뒷받침되면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박병훈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이 3일 용인 기흥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열린 SM5 D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은 SM5 디젤에 확신을 갖는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르노의 1.5 dCi 디젤엔진과 독일 게트락사의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꼽았다.
남형훈 르노삼성 개발팀장은 "1.5 dCi 디젤엔진은 누적생산량만 전 세계 1100만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국내 어느 회사도 연비와 편의성을 갖춘 DCT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SM5 D에 탑재된 1.5 dCi엔진과 DCT는 리터당 16.5km의 높은 연비를 실현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 배출량을 현격히 낮춰 하이브리드카 못지 않은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아울러 dCi엔진의 기술력은 벤츠, 닛산, 르노 등이 생산하는 26개 차종에 탑재되며 이미 시장의 검증을 거쳤다.
다만 최대출력이 110마력, 최대토크가 24.5kg.m에 불과해 힘이 부족한 점은 약점이다. 비슷한 크기의 디젤엔진(1.6L)을 탑재한 현대차 i30는 리터당 16.2km의 연비를 실현하면서도 최대출력이 128마력에 이르고, 경쟁차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말리부 디젤은 최대 156마력에 달한다.
박병훈 본부장은 이에 대해 "사실 200~300마력의 고출력 자동차는 일반인에게 큰 메리트가 없다"면서 "운전자들이 필요로 하는 힘을 유지하면서도 연비를 좋게 만들고 배기량을 낮춰 효과적인 다운사이징을 실현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M5 D.(사진=르노삼성자동차)
이 같은 지적에도 독일산 차종들이 국내에 몰고온 디젤 열풍은 SM5 D에도 쉽게 옮겨 붙는 분위기다.
박 본부장은 "출시 전 가격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계약을 받았는데 열흘 동안 무려 1500대가 접수됐다"면서 "오늘 본격적으로 모든 정보가 시장에 알려지게 되면 훨씬 더 많은 계약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디젤 차종의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2일 열렸던 현대차 그랜저 디젤의 미디어 시승회에서 이미 감지됐다.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이 사전계약만 1800여대를 기록했다"며 기대 이상의 성적에 들뜬 모습이었고, 국내 업계 최초로 디젤 세단을 출시한 한국지엠 관계자는 "말리부 디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팔리면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고 전했다.
한편 르노삼성은 올해 국내시장에서 전체 판매 8만대 돌파를 확실시하고 있다. 또 SM5 D의 판매는 월 800~1000대로 예상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SM5 D가 판매되기 시작하면 현재 월 4000여대까지 팔리고 있는 QM3와 함께 르노삼성의 전체 실적 향상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