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속속 디젤 세단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디젤 자동차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저마다 디젤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소비자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일 SM5 D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은 "SM7 등 다양한 차종으로의 디젤 라인업 확대를 여러가지 방면에서 검토 하고 있다"면서 "SM5 디젤이 어떻게 성공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르노삼성 중앙연구소의 한 관계자가 "세계적으로도 수천만대 이상 탑재된 르노의 우수한 디젤엔진은 이미 2.0리터와 3.0리터 이상급 엔진 기술력에서도 검증받았다"고 한것도 상품성만 뒷받침 된다면 언제든 디젤 라인업을 확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그랜저 디젤을 본격 출시하며 수입 디젤세단에 정면 대응을 천명한 현대차도 디젤 모델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그랜저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한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담당 이사는 "국내시장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 디젤 모델을 속속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쏘나타 디젤 출시를 확정지은 뒤 조만간 제네시스의 디젤 모델 출시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일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디젤 출시 계획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상품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디젤 세단 차종을 확충하려는 이유는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높은 연비를 구현한 유럽 브랜드의 디젤 자동차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출시한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 역시 이러한 열풍을 타면서 계약 후 3~4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젤 열풍을 몰고온 수입차는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총 9만4263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26.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유럽 브랜드의 점유율은 80%를 넘었고 국내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유럽차가 디젤이다. 김상대 현대차 이사가 "국내 디젤 차종의 60% 이상 점유율을 수입차에 내줘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한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한 발언이다.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 대비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높다는 것도 업체들의 적극적인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환경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소개하면서 "국내 자동차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 140g/km, 연비 17km/l를 만족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국내 업계의 미비한 대처로 현재까지 실현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각종 시민단체나 언론계에서 반발이 많은 것도 자동차 업계들이 친환경 디젤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아직까지 국산 디젤 엔진과 그에 절충하는 트랜스 미션이 유럽의 기술력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국산 디젤 자동차의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디젤 엔진 기술력은 유럽에 비해 약 5년 이상 뒤쳐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역시 가솔린 엔진은 독자 생산할 능력이 있으나 말리부와 SM5 디젤 엔진은 수입산에 100%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