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여러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경제협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원론적인 합의와 외교적 수사·마케팅뿐이어서 이번 정상회담 역시 실속 없는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올 판이다.
지난 3일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고 "높은 수준의 포괄적 한-중 FTA를 맺기 위해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두 정상이 한-중 FTA 연내 타결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달에 12차 협상을 열고 FTA 타결에 상당한 동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중 FTA는 5월까지 11번의 협상을 진행했지만 우리 측의 중국 제조업 시장개방과 중국 측의 국내 농산물 시장확대 요구가 대립하며 힘겨루기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FTA 협상에 큰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청와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사진=로이터통신)
하지만 정부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FTA 연내 타결'은 사실 새롭지도 획기적이지도 않다.
우선 양 정상은 3월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이런 맥락을 언급했었고, 우리 정부의 통상 실무자들도 'FTA 연내 타결'을 염두에 둔 상황이다. 이달에 12차 협상을 하자는 것도 이미 5월에 다음 협상은 7월쯤 우리나라에서 열자고 합의했던 일이다.
또 정상회담에 이은 산업·통상장관 회의에서는 "양국 장관이 자주 접촉하며 협조한다"는 결론만 내, FTA 협상의 난항을 타개할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통상 관계자들은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중 FTA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며 '깜짝 선물'을 기대했지만 이번 회담은 별 영양가가 없었던 셈.
국제무역원 관계자는 "큰 틀의 공감대 형성인 정상회담과 실무협상은 다르다"며 "한-미 FTA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협상의지 선언 후 1년 뒤에나 타결됐고, 타결시기를 정해 서두르면 조율 안 된 부분을 대충 넘기는 등 손해 보는 협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상회담의 또 다른 성과로 내세우는 MOU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법적 의무와 기존 약정의 책무가 배제되는 MOU 특성 탓에 역대 정권에서 MOU는 실제 사업체결까지 이어지기보다 보여주기 성과·정치적 마케팅으로 오용되는 일이 더 많았다.
박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를 정리한 '정상외교 포털(
president.globalwindow.org)'을 보면 이번 정부에서 맺은 해외 MOU는 총 78건이지만 결실을 맺은 것은 금융감독원의 베트남 하노이 주재사무소 개설,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수주 등 절반 정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 부속서에 명시된 6건의 MOU에 대해서도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국내 시중은행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정하고 계좌만 열면 되는 위안화 활용도 제고 MOU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무적으로 논의할 게 훨씬 많아서다.
아울러 우리가 애초 원했던 '한-중 새만금경제협력단지 MOU' 체결 등은 중국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불발돼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경제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LG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 MOU는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수준"이라며 "이런 것들은 앞으로의 실무협상과 중국 정책 변화, 각종 글로벌 이슈 등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