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원래 해안가 땅은 제주도 사람들한테는 버리는 땅이었어요. 논으로도 사용 못하고 밭으로도 못쓰고 쓸모 땅이잖아요.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좋은 땅이었는데 지금은 안그래요. 저 앞에 펜션 옆에 빈땅 보이죠? 저게 몇년전에 (3.3㎡당) 20~30만원 하던 땅이었는데 지금은 300~400만원까지 가요. 세상 참 많이 변했죠."
제주 송악산 밑 올레길 10코스에 자리잡은 한 횟집 사장님이 한 말입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라고 합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해안가 땅이 지금은 금싸라기땅이 됐습니다.
오래전부터 국내 최고의 관광지였지만 부동산 투자가치가 높지 않았던 제주도. 인구가 많지 않아 부동산 가격 변동도 적은 곳이었습니다. 제주 전통 이사철인 신구간을 제외하고는 집값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가 육지 맹모들의 눈길을 끌면서 주택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NLCS jeju은 54명 가운데 52명이 영국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UCL, LSE, 미국 스탠포드, 예일, 프린스턴, 콜림비아 등 해외 명문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2명은 국내 학교로 입학을 결정했습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요즘은 잠잠해지긴 했지만 지난 2010년~2012년까지 평균 30%나 올랐습니다.
서울에서의 경쟁에 지친 40대 가장을 둔 이주자들의 발길은 제주 땅값을 자극했습니다. 저리의 이주 지원금을 받아 농장과 게스트하우스용 해안가 땅값을 밀어올리기도 했죠.
특히 제주를 국내서 손꼽히는 투자지로 급부상시킨 결정타는 중국돈입니다. 제주도 주민들은 조금 과장해서 제주도가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중국 자본이 사들인 땅은 제주도 가용 토지의 2% 수준 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매수한 땅은 제주 내 최고 알짜베기땅입니다. 그것도 삽시간에 사들였기 때문에 뇌리에 뚜렷하게 남은 듯 합니다.
제주도의 상당수 대규모 개발들은 중국 자본이 껴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도의 새로운 도지사는 취임식에서 중국 자본으로 시행되는 사업들은 재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더위를 피할 겸 들린 제주도 화순 인근 중개업소에는 게스트하우스 부지를 알아보기 위한 육지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제주도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 것도 제주도 땅값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5개의 저가 항공사는 제주도 이동 요금을 대폭 낮췄죠. 평일 제주도를 가려면 2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티켓을 구할 수 있습니다.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해서만 어렵게 갈 수 있는 신비의 섬은 이제 아니죠.
올레길 걷기 여행 등 제주를 찾는 젊은 여행객이 늘며 게스트하우스가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육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제주도 땅값은 2.32% 올랐습니다. 정부청사가 들어서는 특급호재를 지닌 세종시(4.95%)에 이어 두번째로 높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일대(사진=한승수)
조용했던 관광지가 부동산 투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제주 문화도 상당히 바뀌고 있습니다. 해안가에서부터 구분됐던 주거계층화가 현재는 희미해졌고, 세시풍속이었던 신구간도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옛날에 해안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고, 섬 중심으로 들어올수록 부자들이 살아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그래요. 육지에서 내려온 부자들이 해안가에 고급 주택을 지어 살고, 고급 펜션도 들어서고, 땅값이 급등해 벼락부자된 사람도 많고 옛날 제주도가 아니에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불모지에서 유망 부동산 투자지로 급부상한 제주도. 투자가 몰리며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거품 논란도 일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숨겨져 있던 신비의 부동산 투자처라는 의견이 우세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