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세수확충과 지하경제 양성화차원에서 역외탈세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실적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액은 2010년 5019억원, 2011년 9637억원, 2012년 8258억원, 2013년 1조789억원 등으로 전체적으로 증가세에 있지만 실제 세수로 확보된 세금징수율은 50%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외로 자산을 빼돌려 세금을 탈루하는 방식이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탈세보다 과세당국의 정보접근이 어려운 것이 가장 큰 걸림돌.
전문가들도 당장 가산세를 높이고 소득신고를 강화하는 등 채찍을 강화하자는 의견과 인센티브 제공 등 당근책을 통해 자진신고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9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에 대한 위반가산세 부과율을 높이고 부과제척기간을 늘리는 등 채찍강화를 역외탈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안 연구위원은 먼저 부과제척기간을 사기·기타 부정행위를 통해 상속세를 탈세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수준인 15년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안 연구위원은 특히 역외탈세의 경우 적발이 곤란하므로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가산세를 대폭 증가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무신고 가산세는 일반적인 경우 20%, 부정행위의 경우 40%가 적용된다.
그는 "탈세를 유발하는 특정 국제거래를 명시하고 그 특정 국제거래에 따른 부정행위(역외탈세)에 대해 현행 부정행위에 적용되는 가산세보다 상당히 높은 1.5배 수준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은 당근책의 필요성을 더 강조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해외계좌신고제도는 뭔가 제도적으로 자발적신고를 획기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했을 때 한시적으로 했듯이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줘여만 제도를 피해가려는 사람들이 제도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탈세가 있을수도 있고, 절세가 있을수도 있고 회피가 있을수도 있다. 조세회피행위를 모두 형사처벌이 가능한 탈세로 정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내로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들어오지 않는 문제는 납세자부담완화나 인센티브 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경근 법무법인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서 국외재산도피에 대해 무기징역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가중처벌하고 있고, 외국환거래법도 무허가 외환거래에 벌금형 및 징영형을 가할 수 있으며, 조세범처벌법에서도 기타부정한행위에 대해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외금융계좌미신고자는 이러한 각종 법률 위반을 동시에 할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직하게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문장은 이어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지만, 오히려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진신고에 대한 사면제도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면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겠지만 역외탈세자와 국내탈세자와의 형평을 고려해준다면 국민적인 공감대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시적 사면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자산을 감춰온 분들의 목적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함에 있다면 이부분 인센티브를 줘야만 끌어낼 수 있을텐데, 이 경우 지금(사면해줄 때) 안나오면 반드시 걸린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인가라는데는 의문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해외금융자산뿐만 아니라 해외부동산자산도 파악해야 한다"며 "국세청이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국외거래의 경우 예외적으로 납세자에게 입증책임을 더 지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납세자입증책임문제를 제안했다.
정부측 패널로 참석한 한명진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은 "그 동안에는 각 나라의 과세당국이 알고 있는 정보만 교환하도록 돼 있는데 이제는 한·미 자동정보교환협정이 내년에 시행 됨에 따라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됐다"며 "자동정보교환이 '채찍'으로서 여건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역외탈세 차단을 위한 방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