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제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입장 '평행선'

입력 : 2014-07-16 오후 1:49:23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와 경제계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오는 10월 업체별 사전 할당량 결정을 앞뒀지만 양쪽의 입장차가 워낙 커 접점을 찾기 어려워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23개 경제단체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 발표를 통해 배출권거래제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내외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내년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산업계의 경쟁력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배출권 거래제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난 만큼 시행하기 전에 정책의 실효성과 현실 요건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정부, 오는 2020년까지 30% 감축 로드맵 제시
 
온실가스 배출권이란 일정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정부와 기업이 협의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토대로 허용 배출량을 정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이 한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하고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구입해 충당하거나 정부에 과징금을 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지난해 도입이 추진됐지만 산업계 반발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정부는 오는 2020년 기준 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 로드맵을 바탕으로 각 기업에 배출허용량을 정한다.
 
◇향후 정부부처 주요 일정(자료=환경부)
 
환경부가 할당 계획을 수립하면 오는 17일 기획재정부에서 할당위원회를 열고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오는 21일에는 국무조정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 내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업체별 사전할당량이 최종 결정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이명박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주요 국가정책 중 하나다. 당시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감축을 약속했기 때문에 국제 신뢰차원에서 철회할 수 없다는 게 환경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경제계 "할당량 근거 산정법 아무도 모른다"
 
경제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할당량의 근거가 되는 배출전망치 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최근 상황을 반영해 상향 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기철 한국철강협회 상무는 "정부가 BAU를 책정할 때 2013년 데이터는 참고만 했지 실제 BAU를 산정할 때는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철강업계에서는 신·증설해서 가동한 공정이 800만톤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은 탓에 배출권이 부족해 공장가동을 줄여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기철 상무는 "최소한 신증설된 부분에 대해서라도 배출 전망치를 수정해달라"면서 "중국·일본과 생존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8000억~4조원까지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경련 등 23개 경제단체는 1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경제계 의견 발표회'를 개최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전경련)
 
특히 고성장 산업일수록 갈수록 타격이 크다. 시장에 지속 성장하는 추세에 있음에도 할당량이 몇 년 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이종희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정부가 BAU 산출 과정에 대해 명확히 공개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이에 대해 재산정이 할 필요가 있다"며 "배출권 거래제 시행 관련해서 3년간 1조7000억 정도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력·스팀 등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이중 규제라고 지적했다.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서도 해당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산업계는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문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경우 이중·삼중의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종희 상무는 "정부가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위해 각종 규제를 개혁하는 등 기존 규제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규제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보고 올바른 정책을 펼치며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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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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