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떠나는 현오석의 뒷모습

입력 : 2014-07-11 오후 3:54:52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77일 간의 경제사령탑 역할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3월22일 취임 후 16개월 동안 계절은 6번이 바뀌었다. 떠날 준비를 마친 그는 '시원섭섭하다'고 말한다.
 
현 부총리는 부처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별도 이임식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임명됐을 때도 취임식을 갖지 않고 '직원들과의 대화'로 갈음했다. 평소 격식을 차리지 않는 그의 '성품'답다.
 
떠나는 그는 기획재정부 임직원들에게 영상메시지를 남겼다. 영상에는 자신의 임기 동안 수고해줘서 고마웠다는 인사와 새 부총리와 함께 경기회복의 동력을 이어가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가 담겼다. 떠나는 순간까지 경제 걱정, 일 걱정이다.
 
현 부총리는 평소 '워커홀릭'이다. 아주 소처럼 일한다. 그의 근면성실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기재부 직원들에게도 그는 '부지런한 상사'로 기억된다. 내각 발표와 함께 교체가 확실시되고 새 부총리가 지명됐어도 그는 1급 간부회의를 신설하고 주말에도 사무실을 찾아 업무를 봤다.
 
하지만 소처럼 일했어도 혹평은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녔다. '존재감이 없다'부터 시작해서 리더십 부재 등 세간의 평가는 늘 냉혹했다.
 
특히 월급쟁이들의 공분을 샀던 지난해 세법 개정안,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을 논한다' 등 말실수로 질타를 받았던 카드 정보 유출 사태, 대통령의 뜻을 읽지 못해 대폭 수정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선만 부추긴 임대소득 과세 방안 등은 그의 과오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과 논란에도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이 경기 침체 탈출의 초석을 놨다는 게 정·관계의 공통된 평가다. 현 부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투자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패키지를 추진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0%대 성장을 탈출하고, 월간 취업자 수가 80만명을 넘어서는 등 어느 정도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무수히 많은 호평과 혹평을 뒤로 하고 업무 외 자리에서 만난 개인 현오석은 꽤 괜찮은 사람이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현장 기자들을 보고 고생한다며 손수 도시락을 챙겨주는가 하면, 손녀에게 선물할 겨울왕국 캐릭터가 그려진 썬캡을 쓰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손녀바보 할아버지의 모습도 지녔다.
 
단지 정무직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일 뿐, 개인 현오석은 근면성실함·겸손함 등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이젠 그가 떠난다. '관직은 손님으로 있는 것'이라는 '재관여빈(在官如賓)' 고사성어 한마디만 남기고서.
 
현오석 부총리는 '미친 존재감'까지는 아니었어도 '기억하고 싶은 손님'으로 기억될 것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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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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