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특허소송 이후 부품 공급 '결별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오히려 두 회사의 파운드리 규모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애플향 파운드리 매출은 지난 2012년 대비 무려 7억달러(한화 7200억원)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5S에 탑재한 64비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7'의 생산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이폰6에 탑재될 A8부터는 대만의 TSMC에 파운드리 물량을 늘리면서 올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보릿고개'를 넘어야하는 상황이다.
17일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트, 아이서플라이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애플향 파운드리 매출이 34억3100만달러 수준으로 조사됐다. 특허소송이 시작된 지난 2012년(27억1300만달러)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부품 결별설이 끊이지 않았던 당시에도 애플 입장에서 탈삼성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은 총 3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애플향 납품과 후공정 패키지 물량, PoP(시스템의 컨트롤러에 메모리를 쌓아 만든 형태의 반도체 제품)을 제외한 매출은 5억1900만달러로 집계됐다. 후공정패키지와 PoP 물량은 사실상 규모가 미미해 전체 매출 비중을 가늠하는데 큰 변수는 아니다.
◇아이폰5S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7.(사진=애플)
하지만 올 들어 애플향 매출이 급감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내부적으로도 올해 실적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짙다. 지난해의 경우 TSMC가 20나노 AP 양산에 수율 문제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어느정도 안정화된 모양새를 나타내면서 애플이 차세대 프로세서인 A8 파운드리의 상당 부분을 TSMC에 몰아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28나노 이후 공정인 20나노를 건너뛰고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에 전념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20나노대 공정에서는 TSMC와 중국의 SMIC 등 높은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는 파운드리 업체들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28나노대 웨이퍼 생산 비용이 도입 초기 7000달러 수준에서 현재는 5000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이가운데 대만의 TSMC, 중국의 SMIC 등은 사실상 4000달러 수준에서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20나노대에서는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 즉 삼성 입장에서는 14나노에 집중해 프로세서 시장의 '스펙 경쟁'을 고무시키는 것이 더 이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뿐만 아니라 퀄컴도 차기 64비트 프로세서 생산을 위해 TSMC, SMIC, 삼성전자 등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인텔의 경우 14나노 핀펫 공정이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관측되나 PC가 아니라 모바일 AP 부문에서 양산 가능한 수준인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