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말레이機 추락에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향후 파장은?

우크라이나 정부·친러 반군, 책임 떠넘기기 '공방'
여객기 피격 소식에 금융시장 요동..각국 증시 '하락'
국제정세 불안 여름 내내 갈 것 VS. 美연준 정책·기업실적 중요

입력 : 2014-07-18 오후 3:38:48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격추되면서 지정학적인 불안감이 짙어져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각국 증시는 항공기 격추 소식에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금값은 그간의 부진을 딛고 상승 반전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피격 여파가 올 여름 내내 이어져 다른 모든 이슈를 잠식할 것이라는 의견과 기업 실적과 연방준비제도(Fed) 행보로 초점이 이동할 것이란 견해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피격'..각국, 책임 떠넘기기 '공방'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가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항공기 추락으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과 승객 등 298명의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 여객기는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의 보잉 777-200ER기종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 이 같은 봉변을 당했다.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은 러시아 국경에서 약 5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지역으로 친러시아 민병대가 통제하고 있는 곳이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현장 (사진=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객기가 친러 반군의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청자료 2건을 공개했다. 자료에는 친러 반군이 러시아 정보장교에서 민간 여객기를 공격했다고 보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반면,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여객기를 저격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자국 영토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는 그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며 사태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객기 피격사건과 관련해 즉각적인 경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지정학적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만약 여객기 추락 원인이 반군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면전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 또한 높은 상황이다.
 
◇흔들리는 금융시장..정정 불안에 증시 인기 '뚝'..채권 반짝
 
여객기 격추의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채 국가 간의 공방전이 이어지는 동안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동부 사태로 인한 서방의 추가 제재 탓에 가뜩이나 악화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가 이번 여객기 사건을 계기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무려 32%나 솟구치며 연중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이 조만간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시장이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자 위험자산의 대표주자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금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미국 다우 지수는 이날 0.94% 하락한 1만6976.81을, 나스닥 지수는 1.41% 내려간 4363.45를 기록 각각 기록했다.
 
◇최근 S&P500 지수 주가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S&P500 지수는 1.2% 밀린 1958.12에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것은 지난 4월1일 이후 처음이다.
 
범유럽 지수인 유럽 Stoxx 50 지수는 1.41% 떨어졌고, 러시아 증시도 2.3%나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내림세를 보였다.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스의 선임 주식전략가 스콧 렌은 "주가가 5%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증시에서 약간의 자금을 회수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여객기를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증시를 빠져나온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들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했던 금 거래 시장으로 자금을 옮겼다.
 
실제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값은 전일보다 1.32% 상승한 1316.7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4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보통 금과 함께 움직이는 은 가격도 2%가량 올랐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도 큰 인기를 끌었다. 달러·엔 환율은 전일대비 0.4% 하락한(엔화강세) 101.25엔을 기록했다.
 
채권 시장에도 자금이 쏠렸는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0.09%포인트 내린 2.44%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도 0.004%포인트 내렸다.
 
이밖에도 원유 수급 불안감에 서부텍사스중질유(WTI) 8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배럴당 2.55% 급등했고 브랜트유 8월 인도분도 1.29% 상승했다.
 
◇지정학적 불안감, 얼마나 갈까?.."올여름 내내" VS. "수일에 그칠 것"
 
전문가들은 우크라 사태 등 정정 불안이 올해 여름 시장을 이끌어 갈 주요 변수라고 지목했다.
 
스콧 렌은 "시장 참여자들은 여객기 사건의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여름 증시를 이끌어갈 이슈는 미국 경제 성장 여부가 아닌 중동 사태 향방"이라고 진단했다.
 
스캇 리들러 T3Live.com 최고 전략책임가(CSO)는 "일련의 사건들이 시장에 단기 조정을 부추겼다"며 "S&P 500 지수가 1925달러까지 더 내려가고 우크라 사태가 악화되면 1902달러 까지도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 올랜도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 수석 주식 전략가도 "지정학적 불안감이 엄청나게 커졌다"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 같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CNBC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항공기 사건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존 카널리 LPL파이낸셜 투자 분석가는 "경제는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며 "사람들이 러시아와 서방 우크라이나의 대치 국면이 지속될지 지켜보겠지만, 결국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세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터 부크바르 린제이그룹 수석 마켓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시장에 단기간 동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나 교전이 확산되지 않으면 파급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유명 시장분석가 데니스 가트먼은 "이날 일만 아니었으면 채권 금리는 올라갔을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 등 경제 사안이 여객기 사건에 묻혔는데, 이런 상황은 48시간 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여객기 추락 원인이 밝혀지고 나면 시장은 다시 연준과 미국 경제, 기업 실적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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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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