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지막이다'..팬택, 25일 생사 여부 결정

협력업체 직원들, 이통사·국회·청와대에 '호소'
SKT "채권 추심 연장해주는 쪽으로 가닥"

입력 : 2014-07-18 오후 6:28:55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답보 상태에 빠진  팬택 사태가 오는 25일 판가름난다. 이미 한 차례 채권 만기일을 넘긴 가운데 2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일이 또 한 번 다가오는 것.
 
이번에도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팬택을 비롯한 팬택 협력업체 550곳이 줄줄이 부도를 맞게 된다.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팬택은 결정권을 가진 이동통신 3사에게 출자전환이 불가능하면 채무를 2년 후에 상환할 수 있도록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오는 25일 이통사가 상환 유예에 대해 그 어떤 답도 없으면 팬택은 부도에 빠지고, 상환유예를 하겠다고 하면 회생하게 된다. 팬택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팬택 "살려달라"..협력업체 "비용 덜받겠다"
 
팬택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통사에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이준우 팬택  대표는 "팬택이 사라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달라"라면서 "여러분이 준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8일이 지났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처럼 생존 기로에 있음에도 팬택은 기존 고객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기존처럼 업무를 진행 중이다. 출시한지 1년이 넘은 '베가 아이언'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젤리빈에서 최신 버전인 킷캣으로 업그레드했다.
  
이준우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회사 존속의 불확실성에도 팬택 제품을 사랑해 주시는 500만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설령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사후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팬택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통사에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사진=뉴스토마토)
 
팬택 협력업체들도 팬택 돕기에 나섰다. 팬택이 살아야 협력업체도 산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매출채권의 10~30%를 탕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자구 노력에도 이통사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협력사들은 길거리로 나왔다. 이통사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회 근처에서 17~18일 이틀 연속 집회를 가졌다.
 
홍진표 팬택 협력사 협의회장은 지난 17일 SK T타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8만여 종사원과 30여 만명의 가족들이 거리에 내몰리게 생겼다"며 "이번주 안에 편택의 워크아웃을 종료짓지 않으면 다음주부터는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협력업체들이 다음주부터 무너진다고 하는 이유는 오는 25일 2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팬택이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결제금액이 포함돼 있다. 팬택이 이통사에 제품을 공급해 협력사에 대금을 넣어줘야 협력업체의 부도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팬택이 매출채권 220억원을 막지 못하면서 일부 팬택 협력업체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압류 통보를 받은 상태다. 이번주 중 워크아웃이 진행된다고 해도 팬택이 정상화되는 데는 2~3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협력업체들은 팬택에 가서 집회를 해야하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팬택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협력사들이 직접 이통사와 청와대 등을 찾아가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 변화 조짐..상환유예로 가닥잡을까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이통사 기류에 변화 조짐이 생겼다. 
 
SK텔레콤이 팬택의 제안을 받아들여 1800억원 매출채권을 2년 후에 상환하는 안을 받아 들일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채권추심을 연장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맞다"면서도 " 팬택 매출채권을 SK텔레콤이 아닌 SK네트웍스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SK네트웍스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25일이 돼야 정확한 방침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팬택 협력사 협의회는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 T타워 앞에서 팬택 협력업체들의 위기를 알리고, 팬택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를 가졌다.(사진=뉴스토마토)
 
SK텔레콤의 입장에 변화의 기류가 보이는 것은 상환 유예의 경우 상대적으로 괜찮은 대안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채권자 자격이 유지되면서 국내 벤처기업의 신화인 팬택을 몰락시켰다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통사들은 출자 전환을 하면 주주로서 갖게 되는 추가 지원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무엇보다 팬택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됨에 따라 출자 전환을 꺼려왔다.
 
현재 SK텔레콤(017670) 900억원, KT(030200) 500억원, LG유플러스(032640) 400억원 등 이동통신사의 돈 1800억원이 팬택에 묶여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사 관계자는 모두 "현재까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만약 이통사들이 상환유예 제안을 받아들이면 채권단이 회의를 통해 내용을 수정 가결해야 한다. 당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통 3사가 1800억원 가량을 출자전환한다는 조건으로고 팬택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오는 25일이면 팬택이 워크아웃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법정관리로 전환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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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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