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박근혜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열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올해 중 타결하자고 공식 합의한 가운데 지금까지의 한-중 FTA 협상 진행상황을 보면 이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에 기고한 '한·중 FTA 협상 연내 타결 가능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2012년 5월 시작된 한-중 FTA 협상은 지금까지 시장개방 원칙만 합의하고 상품분야 양허안 협상은 진전이 거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중 FTA 협상은 지난 18일자로 12차 협상을 마쳤으나 우리 측의 중국 제조업 시장개방 요구와 중국 측의 우리 농산물 시장개방 요구가 맞부딪치며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특히 12차 협상은 한-중 정상회담 직후에 열려 FTA 협상에 전환점이 생기리라는 기대가 컸지만,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만 절충안을 도출했고 상품분야에서는 '양국은 상품분야에서 이견을 좁히려고 노력했다'는 결론만 내는 데 그쳤다.
이에 정인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국산 농산물 수입에 대한 국내 농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2단계 협상방안을 중국 측에 제시했고 중국은 우리의 공산품 관심품목을 FTA 예외품목으로 지정하면서 애초 합의했던 수준 높은 협정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특별한 이유·설명 없이 합의된 사안을 번복하는 관행이 있는데 중국이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이러면 협상 타결은 내년에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TA는 시장개혁과 개방을 전제조건으로 하지만 중국 통상제도와 법·규정은 아직 선진화되지 않았고 중국 당국자들 역시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인교 교수는 "높은 수준의 FTA를 타결하려면 자국의 제도와 법·규정을 개정해야 하지만 중국은 이런 부분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지식재산권과 규범분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며 "중국이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리더로 발전하려면 자국의 경제통상제도가 선진화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한-중 FTA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양허대상에서 농업을 대부분 뺀 탓에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FTA 타결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산물 위주로 초민감품목을 설정하고 전체 비율도 5%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중국산 한약재처럼 원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품과 사료·고구마 줄기 등 민감성이 적은 것들도 초민감품목으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범국가적인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할 내부역량을 키우는 것도 관건이다.
상품과 서비스·투자 등 각 작업반에서 풀기 어려운 사안은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이견을 줄이거나 양국 정상이 해결해야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협상에서는 소관 부처 위주로 이슈를 담당하다 보니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협상전략 수립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중 FTA는 원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양국이 지금까지 협상 관행을 깨고 높은 수준의 협정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중 FTA 협상연내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8일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이날 끝난 '한-중 FTA 제12차 협상'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