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편법'까지 써가며 검찰 '정치적 중립성' 흔드나

법무부 이영상 검사 사퇴 하루 뒤 민정수석실 행정관 임용
같은 방식 임용된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고검검사로 복귀

입력 : 2014-07-18 오후 12:51:1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청와대가 사표를 낸 지 하루밖에 안 된 검사를 민정수석실에 배치하면서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편법까지 써가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정책기획단에서 근무하던 이영상 부부장 검사(42·사법연수원 29기)는 지난 14일 사표를 내고 이튿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찰개혁안'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며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검찰청법 44조의 2도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검사의 민정수석실 행정관 임용에 대해 청와대로서는 검사 신분이 아닌 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박 대통령의 공약에 비춰서도 하자는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검사직을 그만둔 뒤 하루 만에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사실상 현직 검사의 편법 파견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청와대는 이 검사 직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현직검사를 파견 받았다. 이중희(47·사법연수원 23기) 전 민정비서관은 인천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중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표를 내고 민정비서관으로 임용됐다.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는 정·검 유착이라는 논란이 일자 "이 검사는 검찰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검사는 민정비서관을 퇴직한 뒤 얼마 후 서울고검 검사로 임용되며 사실상 복귀했다.
 
이 검사는 당장 일선청에서의 수사지휘나 법무부, 대검찰청의 요직에 기용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장, 특별수사 1부장 등을 역임하고 청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만큼 조만간 ‘현장 복귀’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가 대개조를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인사로 정작 직속기관인 청와대는 대개조로부터 자유로운 ‘성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검란’ 이후 검찰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재탄생’ 수준의 개혁을 요구했지만 스스로 ‘편법 파견’이라는 방식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면서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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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