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지난해 매출 1000억원대에 안착한 벤처기업이 2005년 조사 이래 7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은 56개사에 달했다.
반면 천억벤처의 증가율은 9.1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때 49%까지 치솟았지만 2012년 9.18%를 기록한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 벤처기업계는 이 같은 추세를 우려하며 획기적인 벤처 정책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남민우 회장 "천억벤처 증가율 둔화..우려돼"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2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4년 벤처천억기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조사는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것으로, 올해는 벤처 확인을 받은 기업 6만9801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 수는 전년보다 38개사(9.1%) 늘어난 454개사로 집계됐다. 2005년 조사 이래 9년 만에 6.7배가 증가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51.7%(228개사)는 상장사로,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에 각각 185개, 43개사가 상장돼 있다.
반면 한때 49%까지 치솟았던 천억벤처기업 순증가율은 9.1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흐름도 좋지 않다. 2012년 처음으로 한자릿수(9.19%)로 주저앉은 데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은 다날, 부강샘스, 카카오, 휴롬 등 56개사다.
이에 대해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천억벤처 수의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업계에서 매우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과연 5년 뒤에도 천억벤처가 계속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이어 "벤처정책이 전체적으로는 나아지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획기적인 정책은 없었다"면서 "벤처 르네상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이 바로 벤처 씨앗이 뿌려져야 하는 점이고,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버블 붕괴 이후 벤처 생태계가 악화됐고, 그 이후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책을 내놓고 있고, (천억벤처까지) 17년이라는 달성기간도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6.8년으로, 전년(17.0년)보다 소폭 단축됐다. 특히 R&D 투자나 해외시장 개척 등 혁신을 통해 설립 7년 이내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은 와이솔과 티켓몬스터, 필옵틱스 등 7개사로 나타났다. 천억벤처기업의 평균 업력은 21.7년이었다.
천억벤처기업의 총매출액은 101조2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3.5%(12조원) 증가했다. 이는 삼성(278조원), SK(156조원), 현대차(150조원), LG(116조원)에 이은 5위 그룹 규모에 해당한다.
천억벤처기업 중 3년 연속 20%이상 매출이 증가한 이른바 고성장 벤처는 40개사에 달했다. 컴퓨터와 반도체, 전자부품 업종이 15개사, 에너지·의료(기) 등이 5개사로 집계됐다.
◇벤처천억기업의 총고용인력과 고용증가율(자료=중소기업청)
◇천억벤처기업,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장 기여도 높아
천억벤처기업은 국내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이들 기업의 총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도 7.0%에서 7.1%로 늘었다. 고용증가율도 3.1%로, 대기업(2.1%)과 중소제조업(1.4%)보다 높았다. 천억벤처기업은 '양질의 일자리' 주역이라고 중기청은 설명했다.
수익성도 높다.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액은 155억원으로, 141억원이었던 전년보다 9.9% 증가했다.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9%로, 일반중소기업(4.2%), 대기업(4.6%) 보다 높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기업으로 모뉴엘(1조1400억원)과 파트론(1조100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포함해 2012년부터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벤처기업은 네이버, 넥슨코리아, 유라코퍼레이션, 코웨이, 팬택, 한국니토옵티칼 등 8개사다.
한정화 청장은 "천억벤처기업의 핵심 성장 요인은 기술 혁신과 글로벌 진출에 있다"면서 "기술혁신 기업의 원활한 벤처 진입과 글로벌 성장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2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4년 벤처천억기업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2014년 벤처천억 기업이 454개사로 2005년이래 6.7배가 늘어 매출증가율과 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높아불황에도 일진월보해 기술혁신기업의 원활한 벤처진입과 글로벌 성장을 지원,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나우주 엘엠에스 대표,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사진=중소기업청)
중소기업청은 이를 위해 이달부터 '전문엔젤'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다. 기술창업 기업의 벤처 진입 촉진을 위해 다음달 안으로 재무성 평가는 폐지하고 기술성 평가를 강화하는 벤처확인제도를 개편한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벤처기업협회의 '벤처천억기업 조사'가 연간 매출이라는 양적 성장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 근무여건이나 기업의 건강성을 따질 수 있는 문항 등을 포함한 질적 성장에도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천억벤처 매출 산정시 별도기준 뿐 아니라 연결기준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견해 등 한계점도 지적됐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는 오는 22일 63빌딩에서 '2014년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