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숨어버린 캡티바..속도계 쭉쭉, 운전재미 두배

입력 : 2014-07-28 오전 8:42:43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SUV 전성시대다. 숨겨진, 어찌보면 시장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SUV가 있다. 캡티바다. 판매량도 경쟁모델인 싼타페나 쏘렌토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캡티바는 올 상반기까지 약 4600대가 팔렸다. 이마저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싼타페가 국내에서 한 달 평균 8000대 가까이 팔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경쟁대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과연 이토록 시장의 외면을 받을 정도로 캡티바의 운명은 비루한 것일까. 숨어버린 매력을 찾아봤다.
 
◇쉐보레 캡티바.(사진=한국지엠)
 
◇엔진 소음 크지만 가속능력 뛰어나
 
시승코스는 경기 성남에서 속초까지 약 200km 구간으로 정했다. 춘천고속도로를 통과해 미시령을 지나는 경로에서 완만한 오르막길과 곧게 뻗은 직선도로를 두루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올라 차에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차량 내부까지 울려 퍼졌다. 신형 카니발의 (카통)시승기에도 디젤엔진의 소음이 보완해야 할 숙제라고 썼지만, 카니발에서 느꼈던 소음은 캡티바에 비하면 상당히 적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 그만큼 소음은 분명 부담이었다. 
 
캡티바의 참 매력은 정지 후 재출발을 자주 해야 하는 시내 구간에서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중저속 구간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속도계 바늘을 보면 한국지엠의 디젤 기술력을 재평가하게 된다. 브레이크 페달이 상당히 부드러웠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본격적으로 서울~춘천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캡티바의 매력은 배가됐다. 시속 120km가 넘는 고속주행 구간에서의 핸들링에서 완벽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여전히 소리가 거슬리긴 했지만 승차감은 여타 SUV에 비해서도 탁월한 수준이었다.
 
고속도로를 지나 미시령을 향하는 십수 킬로미터 구간의 완만한 경사로에서도 엔진의 힘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그냥 밟는대로 계기판 바늘이 쭉쭉 올라가는 게, 운전의 재미를 두 배로 느끼게끔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트립컴퓨터가 평균한 리터당 연비는 13.4km였다. 시승차인 2.0 디젤 트림의 표시연비가 12.0km/l이니, 공인 연비보다 조금 더 나왔다.
 
◇남성적인 외모, 캡티바만의 독특한 매력
 
자동차 마니아층에게 캡티바의 디자인은 대체적으로 무난하면서 남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마주한 캡티바의 외관은 강하면서도 남성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남성적인 느낌의 외관.(사진=이충희기자)
 
특히 앞면부에서 측면부, 측면부에서 뒷면부로 이어지는 묵직한 모습이 쉐보레의 무뚝뚝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듯 했다. 벌집 모양의 전면부 그릴은 쉐보레의 패밀리 룩이 그대로 이식됐다.
 
◇전면부 그릴.(사진=이충희기자)
 
조금 투박해 보였던 인테리어는 살짝 아쉬웠다. 대쉬보드는 세련된 느낌이 없었고 내장도 대부분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운전대와 센터페시아에 혼잡해 있는 많은 버튼들은 조금 난잡해 보이기도 했다.
 
◇대쉬 보드 모습.(사진=이충희기자)
 
몇가지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올 상반기 캡티바를 구매한 4600여명의 소비자들은 나름의 이유를 갖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저속~고속 구간을 아우르는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이 내뿜는 폭발적인 힘은 캡티바만의 매력으로 충분했다. 
 
다른 브랜드의 SUV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남성적인 디자인 역시 자동차 마니아들의 구매 유혹을 더욱 자극시켰을 요인으로 보였다. 분명 캡티바는 조금 독특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가진 특별한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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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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