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형 K9의 전면부와 후면부, 측면부.(사진=이한승기자)
[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첫인상은 보통 수초 만에 결정된다. 게다가 한번 정해지면 개선되기는 어렵다.
기아차의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 K9은 지난 2012년 5월 출시된 이후 첫인상의 굴레에 갇혀 허덕였다.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0개월 동안 총 1만2628대 판매됐다. 월 평균 631대 꼴로 당초 판매목표인 월 2000대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지독한 부진에 빠졌던 K9이 지난달 9일 2014년형으로 연식변경돼 돌아왔다. 단순히 연식만 바뀐 것이 아니라 더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외형상으로도 변했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됐다. 3.3 모델은 4990만원부터 시작한다. 2012년 출시 당시 최저가격이 529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00만원 정도 싸졌다. 트림도 6가지에서 5가지로 단순화했다.
2014년형 K9이 무너진 첫인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2014년형 K9은 지난 1월에만 계약대수 600대를 돌파하며 전작 대비 2배 빠른 페이스를 보였다. 일단은 성공적이다. 기아차는 2000대였던 월 판매목표를 월 500대로 조정해 현실을 자각했다. 이 같은 현실을 봤을 때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2014년형 K9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관. '호랑이코'로 불리던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세로에서 격자 형상으로 바뀌었고 상하좌우 폭이 넓어졌다. 아울러 LED 포지션 램프와 방향 지시등, 리어 램프 등이 변했다.
◇2014년형 K9.(사진=이한승기자)
전작에 비해 중후함과 세련미가 더해지긴 했지만 첫인상을 바꾸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기존에 제네시스급으로 여겨지던 K9을 에쿠스급으로 올려놓겠다는 기아차의 목표를 고려하면 이미 시장의 외면을 받은 첫인상이 바뀔까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체험해볼 수 있을까가 관건이 되겠지만 2014년형 K9을 타보면 부정적인 첫인상이 조금은 바뀔 것 같다.
내부는 기아차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에쿠스에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에쿠스에 비해 원형의 디자인이 많이 사용돼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대신 젊은 감각이 더해진 느낌.
◇2014년형 K9과 에쿠스의 내부.(사진=기아차, 현대차)
직접 주행을 해보면 좀 놀랄만 하다. 이번엔 2014년형 K9 3.8 GDI 모델을 시승해봤는데, 2014년형 K9의 최대 무기는 주행감과 정숙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람다 V6 3.8 GDI 엔진과 8단 후륜 자동변속기를 앞세운 덕일까.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고속주행으로 이어지는 구간까지 딱히 단점이라고 꼬집을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속도를 내면 낼수록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안정감을 더하는 느낌이다. 흔들림도 크지 않아 시속 60~70㎞인 줄 알고 계기판을 보면 어느새 시속 100㎞를 훌쩍 넘어있을 정도다. 다만 가속페달의 반응속도는 보통 수준이다.
◇2014년형 K9의 내부.(사진=이한승기자)
반대로 스티어링휠의 반응은 수준급이었다. 코너링시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바로 반응해 큰 차체에도 무리없는 회전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2014년형 K9의 정숙성에는 주행감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다. 정말 조용하다. 저·중속주행은 물론 고속주행시에도 풍절음(문틈을 비집고 나오는 공기소리)을 포함한 소음 억제력이 훌륭했다. 소음에 예민한 운전자라면 정숙성이 매우 중요한데, 제법 높은 만족도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가적인 편의 시스템도 운전에 큰 도움이 되는 기능들로 채워졌다. 전면 윈드실드에 주행정보를 띄워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나 마치 위에서 보는 것처럼 차체를 조종할 수 있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사이드미러와 좌석을 통해 뒤쪽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경고해주는 후측방 경보시스템 등은 좀 더 편안한 주행이 되도록 도와준다. 비단 K9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같은 기능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기능당 80만원 이상을 주고 옵션을 선택해야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2014년형 K9 실내. (위부터)센터페시아·기어스틱과 각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버튼.(사진=이한승기자)
2014년형 K9은 겉보단 속이 낫다. 기아차는 '한 층 높아진 품격과 중후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돌아왔다'라고 밝혔지만, 사실 기존에 부진한 첫인상이 씻겨질 정도로 새롭진 않다. 하지만 타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기아차가 얼마나 많은 고객들을 K9에 태워보느냐가 K9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다.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타 보는게 낫다. 한번 타보고도 K9이 별로라면 K9이 전신 성형을 해서 다시 나올 때까지 첫인상이 바뀌긴 힘들 것이란 생각이다.
[제원]
- 2014년형 K9
- 길이×너비×높이 : 5095×1900×1490㎜
- 엔진 : 람다 V6 3.3 GDi 가솔린 엔진, 람다 V6 3.8 GDi 가솔린 엔진
- 배기량 / 최고출력 : 3342cc / 300마력, 3778cc / 334마력
- 최대토크 : 35.5㎏·m, 40.3㎏·m
- 연비 : 에너지소비효율 9.6㎞/L, 9.3㎞/L(자동변속기, 복합 연비 기준)
- 가격 : [3.3 모델] 이그제큐티브(5590만원)·프레스티지(4990만원) [3.8모델] RVIP(7830만원)·VIP(6830만원)·노블레스(626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