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전력시장 민간발전사 참여를 늘리고 있지만 부실 발전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 정부의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와 GS파워, MPC, SK E&S, 평택 ES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발전사 설비용량이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전력거래소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총 발전용량(8만8180㎿) 중 민간발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1만6754만㎾)며, 민간발전사 수익은 약 6조5000억원으로 2009년(3조6000억원)과 비교할 때 4년 만에 수익이 8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경제규모가 커지면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데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전원 육성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발전사업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되면서 발전시장에 참여하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양적으로만 커진 시장에서 질서를 유지할 방안이 현재는 마땅치 않다는 점. 정부는 부실 발전사가 알아서 정리되겠거니 생각하며 대책 마련에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이에 매년 부실 발전사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동양파워와 STX에너지도 정부가 모그룹의 재무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발전사업권을 허가한 경우로, 동양파워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경기고 인맥을 통한 특혜시비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화력발전 시장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로 신고된 업체는 약 9000여개지만 전력거래소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등록된 곳은 430여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8500여개 업체는 실적과 신재생에너지 구축역량이 없는 허수인 셈인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태양광과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한다며 저마다 지원책을 내놓다보니 이를 노리고 유령회사처럼 간판만 내건 곳이 부지기수다.
민간발전사가 발전사업에 참여했다가 수익성과 기업의 경영사정을 이유로 계획을 포기해도 현재는 특별한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2012년에 발전사업 계획서를 냈다가 철회한 민간발전사의 발전용량은 약 450만㎾로 원전 4기에 맞먹는다.
업계는 민간발전사의 발전설비 투자가 정부의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포함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상황은 앞으로 국가 전력수급에 상당한 공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력사업 특성상 전기요금은 국민 혈세로 나가고 발전사의 손실도 정부가 충당해주고 있다"며 "기업은 발전사업을 일종의 캐시카우(Cash Cow)로 여기지만 발전시장 교란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백년대계를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시장질서 유지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발전소 건설 지연과 그에 따른 전력계획의 차질이 심각하다"며 "전기사업의 허가를 받고 일정 기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사업자는 사업허가를 취소하고 벌금을 물리는 식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