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틀간 진행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외에 특별한 정책 변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가 청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FOMC 회의 잠잠할 듯..자산매입규모는 100억달러 추가 감축 예상
29일(현지시간) 이달 FOMC 정례회의가 개막한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동반되지 않는 이번 회의 성명은 지난달과 거의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준이 성명에 큰 변화를 준다면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라 로즈너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작은 변화에도 크게 반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한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의도적으로 매파적인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낮다"며 "연준은 자신들로 인해 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조지프 라보냐 도이치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이번 회의 성명에서 과격한 문구를 넣지 않고 이를 9월 회의로 미루는 인내심을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9월에는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다만 점진적 테이퍼링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도 월 35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규모를 2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할 것이라는 의견은 지배적이다.
작년 11월부터 5차례 연속 100억달러씩 테이퍼링에 나서고 있는 연준은 내부적으로 2년 넘게 지속된 3차 양적완화 조치를 오는 10월에 종료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단계적인 테이퍼링 정책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도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줄이는 것이 확실시 된다"고 전했다.
마크 첸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하리만 스트래지스트는 "이번 성명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며 "100억달러 추가 테이퍼링 이상 혹은 그 이하의 어떤 것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 논의할까.."연준, 고용 개선 인정할 것"
하지만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
) 수정 여부는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이후에야 새로운 금리 지침이 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최근의 고용지표 호조가 기준금리 인상 논쟁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28만8000명 늘어나 사전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 역시 6.1%를 기록, 지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프리 로젠버그 블랙록 투자책임자(CIO)는 "이번 FOMC에서 많은 변화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연준이 고용시장 개선을 인정하는 한마디라도 언급하게 되면 이는 시장에 의미있는 정책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옐런 의장마저도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고용시장 개선세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옐런 의장은 2주 전 미국 의회 증언에서 "고용시장 개선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면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FT는 "고용시장을 바라보는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의 시각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마침내 고용시장 개선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WSJ도 "지난달 고용지표가 청신호를 보냈다"며 "연준 위원들은 이번 FOMC에서 언제 또 어떻게 금리를 인상할 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만기 증권의 재투자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정된 계획은 아니지만 연준 내부적으로 금리 인상 전까지 재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만기 증권 재투자 여부는 금리 인상 시점을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 기준금리 인상 놓고 의견 '분분'..GDP에 관심집중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의견은 연준 내부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상당수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말까지 금리 정책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일부 위원들은 조기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6일 "과도한 금융시장 움직임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세를 감안할 때 내년 초 또는 그 이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하고 금리 인상에도 끄덕없을 것이라는 상당한 확신이 든 뒤에야 기준 금리가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준 성명과 같은날 발표되는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 성적표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올 2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가 3.0%를 기록, 직전분기의 마이너스(-)2.9%에서 급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GDP 성장률 변동 추이(자료=Trading Economic)
앞서 연준이 발간한 베이지북에서도 미국 내 12개 지역에서 모두 경기 확장세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앤 스웡크 메시로우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역레포 활용 등이 연준이 쓸 수 있는 카드"라며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된다면 금리는 예상보다 빨리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